김선환 경제부 차장 |
MB정부는 출범초 이른바 '작은 정부론'을 토대로 옛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현재의 기획재정부로 통합했다. 2일 공식 취임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내정자)이 이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박 장관(내정자)는 인수위 시절 정부혁신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조직개편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IMF 외환위기를 통해 '공룡부처'의 폐해를 절감한 경제계가 또다른 거대부처 탄생에 우려섞인 목소리를 쏟아 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옛 재경부가 가지고 있던 금융정책기능을 국제업무와 국내정책을 분리하는 선에서 일단락했다. 신설부처에 국제금융정책 업무를 남겨놓은 채 국내금융업무와 산하단체를 금융위원회에 떠넘기는 선에서 이같은 우려를 무마시킨 셈이다. 국내외 금융정책업무를 분리한 데 대한 적절성 논란은 아직까지도 진행형이지만, 어쨋든 정부로서는 IMF 때보다 더 혹독하리라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회복한 데 이같은 조직개편이 기여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
MB정부 조직개편에서 또 대표적인 게 지난 10년간 IT(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성과를 거둬온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를 쪼개 각각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로의 통폐합이다. 지난 정부에서 3위 수준이던 IT 강국 입지는 현 정부 들어 어느덧 10위권 밖으로 추락하고 있다. 정통부 폐지가 없었다면 이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겠냐는 데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중복업무를 없애야 한다는 나름의 취지도 부인하긴 어렵다는 게 안팎의 견해다.
그러나 최근 MB 정부 행보를 보면 이같은 '작은 정부론'에 역행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어 우려스럽다. 새로운 공룡부처로 떠오른 지식경제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경부는 지난달 30일부터 1급을 수장으로 하는 '산업자원협력실' 신설을 골자로 하는 소폭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아프리카, 중남미 등 떠오르는 신흥국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위해 각 실·국이 개별적으로 담당해 오던 업무를 통합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난 박영준 전 지경부2차관이 행정안전부에 여러차례 찾아가 관련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도 구했다고 한다.
비단 1급 자리 하나를 신설한 것을 두고 비판하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경부는 산하 공기업단체를 정부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부처다. 1급에서 떠나더라도 전문성이라는 이유로 갈 수 있는 자리도 많다. 최중경 장관은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고 떠들어 대는 이 정부 관료의 대명사다. 최 장관이 과연 조직개편을 하면서 타부처에 통합된 공무원들의 심정을 헤아렸는지 궁금하다.
현 정부는 이미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비판했던 지난 정부의 전철을 되밟고 있다. 현 정부는 이미 장관급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신설로 '작은 정부론'을 스스로 훼손시켰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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