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은 모두 전화기를 꺼놓았고 다른 참모들도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의 기습적인 폭로 공세에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청와대는 북한의 주장에 시종일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이 발표된 직후 청와대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관계수석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장시간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별도의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대신 통일부가 논평을 통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을 뿐이다.
'비밀 유지'를 원칙으로 하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접촉에 관한 사안의 진위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강경한 비판 입장을 북한 측에 전달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뿌리째 없앨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방위가 조선중앙통신 대답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언급하며 불쾌감을 표시한 점도 청와대가 직접 대응에 나서지 않은 배경 중 하나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허황된 주장에 일일이 대꾸해 줄 수는 없다”면서 “특히 청와대가 직접 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청와대가 대응하지 않고 통일부로 넘긴 것은 북한 국방위의 언론 문답에 대해 대단한 것처럼 청와대가 반응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 북한 국방위의 주장을 보고받았지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대통령은 임 실장 등으로부터 대책회의에서 결정한 대응 방안을 보고받은 뒤 “그렇게 하라”고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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