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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세대의 신랄한 수다 한바탕의 연극 '매기의 추억'이 오는 19일까지 정보소극장에서 공연된다. |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나 대학 나와서 요 모양 요 꼴로 산다. 뭐 보태준거 있냐?”
“그만 보내 이년아. 정수기 들여라, 공기청정기 놔라, 비대 달아라, 그만 좀 졸라대, 지겨워 죽겠다 아주!”
단순한 아줌마들의 수다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격정적 변화기에 피 끓는 20대를 살아낸 486세대 작가는 자신의 또래 아줌마들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자연스레 끌고 들어온다. 자신과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세밀하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연극 ‘매기의 추억’은 한없이 평범해 보이는 여고동창생 4인이 부자인 친구 집에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작품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녀들의 단순한 수다 정도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 사십대가 처한 도덕적 붕괴와 현실에 대한 환멸의 주소를 다룬다.
연극 ‘매기의 추억’은 그 제목과는 다르게 빈부의 양극화, 승자의 독점 현상 앞에서 불안과 피해의식을 느끼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평범한 이들의 절망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선(김정영 분)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간암을 앍고 있는 남편 뒷바리지에, 민자(송현서 분)는 혼자 자식을 키우며 스스로의 항암 치료에, 명자(박남희 분)는 사업을 크게 벌였다 망해버린 상태에, 운동권 출신인 선민(서이숙 분)은 작은 학원으로 겨우겨우 살아가는 이들이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이들이지만 제각기 다른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가난’이라는 벽에서 허우적거리는 이 네 명의 동창생들은 바자회 기금 마련을 위해 부자 친구인 성자의 집에 와서 기분 좋은 수다를 떨지만 결국 열등감에 빠져 있는 자신들을 발견한다.
네 명은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게 되고 ‘루저 의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가정부인 연변댁(최현숙 분)을 해하는 파국에 다다른다.
이들을 가장 큰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것은 열등감과 허영심이다. 못 살아도 잘 사는 것처럼 보여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명자는 사업이 망해 노숙자 생활을 함에도 명품 커리어를 매고 ‘짝퉁’ 옷을 입고 온다. 현선은 녹즙을 배달하며 누더기 속옷을 입고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동창들 앞에서는 좋은 옷을 차려입고 내색 한 번 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하는 이가 바로 가정부 연변댁이다. 연변 사람인 그는 한국에 희망을 가지고 들어온다. ‘잘 사는 게 뭐냐’는 질문에 ‘가끔씩 나가서 고기도 구워먹고 휴가 때면 바캉스 가는 것이지요“라고 답하는 그는 한국사회를 희망으로 생각하고 들어온 이지만 결국 이들이 생각하는 희망이 한국사회에도 없다는 것을 대변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연변댁에게는 “한국에선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아"라는 말과 함께 폭력과 위선이 가득한 냉대만이 돌아올 뿐이다.
네 명의 동창생들이 마지막으로 부르는 ‘메기의 추억’이 옛날과는 다른 느낌으로 들려온다. 학창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희망의 멜로디가 아닌 그때와는 너무도 달라져 버린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고나 할까.
뒷 편에 보여지는 등장인물들의 학창시절 사진이 현재의 이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쓸쓸하게 막이 내린다. 오는 19일까지 정보소극장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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