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전산망마비 사태가 발생한 지 불과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곳곳에서 농협의 도덕불감증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경남 남해의 모 지역농협의 여직원이 공금 4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 여직원은 신용카드 대출금을 갚기 위해 자신이 구입한 12개의 대포통장에 총 4억3920만원을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 지난달에도 중앙회 본점 직원이 두 달간 고객돈 수십억원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했다가 2억여원을 손실낸 것을 확인하고 고발조치 한 바 있다. 이 직원이 돈을 빼돌린 날짜는 전산망을 마비시켰던 해킹이 발생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이밖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당 취급 건으로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는 등 농협에서 올해에만 벌써 5차례가 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사실 농협 내부직원의 횡령, 비리 등의 금융사고는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터져온 고질적인 병폐다.
지난해 9월 말 국정감사에서 황영철 한나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농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3년간 41건으로 사고 관련 금액은 무려 101억49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피해액은 125억원으로 전년보다 6배 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농협에서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금액은 지난해 5월 기준으로 3년간 총 43억8200만원에 달했다.
특히 전체 금융사고 중 44%(18건)가 농협 내부 직원의 횡령에 의한 것이었으며 사고 금액은 89억여원, 회수 불가능 금액은 36억여원이다. 올 들어 적발된 직원들의 내부 횡령 액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산망 마비 사태에 이어 각종 내부 비리까지 터지자 농협 고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고객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번엔 전산시스템으로 고객의 발을 묶더니 이번엔 횡령까지, 왜 이렇게 구멍이 많나"라며 농협의 허술한 관리를 비난했다.
농협을 주 거래은행으로 거래하는 다른 고객은 "내 돈이 날아갈까 두렵다. 은행을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높은 급여를 받고 있음에도 농협에서 잇따라 내부 비리가 터지는 것은 허술한 내부 감사 및 감독 체계, 방만한 경영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각 지역농협에는 감사팀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를 최종적으로 총괄하는 곳은 중앙회 내부의 '조합 감사위원회'다. 그러나 해당 위원회의 운용 인력은 60명이 전부다. 이들이 관리하는 사무처는 전국적으로 4400여개에 이른다.
농협은 지난 2005년부터 5년간 성과급, 자녀학자금, 자기계발비 등으로 1조8500억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농협의 대국민 이미지가 ‘돈장사에 주력하는 은행’으로 전락하고 있으므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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