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검찰관계법소위의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안에 대한 검찰의 강한 반발로 ‘정·검 갈등’이 표면화된 가운데, 청와대가 지난 6일 뒤늦게 “신중 검토”를 주문하며 관련 논의에 제동을 건데 따른 것이다.
◆민주 “중수부 존치는 靑·檢 야합… 여야 합의 지켜야”
민주당은 최근 중수부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정치권을 겨냥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청와대의 입장 표명 배경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이 저마다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모종의 결탁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손학규 대표는 7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민 권익을 보호해야 할 검찰이 민주주의 질서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며 “중수부 폐지를 6월 국회에서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중수부 폐지는 여야가 1년간 심도 있게 논의해 합의한 것”이라며 “저축은행 비리수사 때문에 안 된다는 건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사개특위 검찰소위원장인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중수부 문제에 관한 청와대 개입 과정을 보면 어떤 ‘작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청와대 때문에 여당이 흔들린다면 국민적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날 “중수부 존치는 청와대와 검찰의 야합”이라는 규탄 결의문을 채택했다.
◆靑 “신중 검토” 주문에 與소장파 “왜 끼어드나” 불만
이에 대해 사개특위 한나라당 측 간사인 주성영 의원도 “중수부 폐지는 여야 합의사항”이라며 6월 국회 내 처리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나아가 당내 소장파인 남경필·정태근 의원 등은 “그동안엔 일언반구도 없다가 지금 와 중수부 존치 의견을 내는 게 온당하냐”며 청와대의 ‘개입’ 자체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사개특위 결정은 자칫 검찰의 사기를 꺾을 수 있는데다 ‘정치인 수사가 시작되니까 중수부를 견제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문자 그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나 서울중앙지검 산하 별도 기구 설치의 경우 권력의 눈치를 더 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다, 저축은행 비리 같은 전국 단위 수사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도 “이 문제는 사개특위에서 잘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론에 가세했다. 또 박준선 의원 등 당 소속 의원 49명은 관련 논의를 위한 의총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에선 “중수부 존폐 문제는 효율적인 검찰권 행사를 위한 것인 만큼 정부에 맡겨두는 게 좋겠다. 국회에서 이런 사안까지 챙기는 건 적절치 않다”(김황식 국무총리)는 주장도 나왔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민주당이 제기한 검찰과의 '결탁'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전형적인 구태정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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