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던 주파수 확보전은 통신요금 인하 이슈에 밀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이달 중 주파수 경매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주파수 할당에 나설 예정이어서 이통업계의 주파수 전쟁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9일 방통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달 중 주파수 경매 계획안을 마련, 전체회의에서 경매계획을 확정해 주파수 경매 일정을 공고할 예정이다.
공고 후 한 달가량 경매 참여 신청을 받은 뒤 곧바로 낙찰자를 정한다.
경매에 나오는 주파수는 2.1㎓ 및 1.8㎓ 대역 각 20㎒ 폭이다.
방통위 일각에서는 주파수공용통신(TRS)용으로 비어 있는 800㎒ 대역 10㎒ 폭도 이번 경매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그래야 이통3사가 골고루 주파수를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통위는 일단 2.1㎓ 및 1.8㎓ 대역을 동시에 경매에 부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이르면 7월 중 두 주파수 대역의 주인이 가려질 전망이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주파수 경매는 심사과정이 없기 때문에 참여신청 접수 마감 후 최고가격을 써낸 사업자가 곧바로 낙찰자가 된다”면서 “6월 경매 공고 후 한 달가량 신청 접수 기간을 거쳐 이르면 7월 중에 경매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주파수의 최저 경매가는 각각 3천억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LG유플러스에 돌아간 800㎒ 대역 20㎒ 폭 경매가를 감안하면 이번 경매 최저가는 2천8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방통위는 예측했다.
방통위의 주파수 경매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완전 경매’보다는 특정 사업자의 참여를 배제하는 ‘제한 경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주파수 할당이 시장 경쟁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면서 “현재 ‘1강1중1약’의 3사 경쟁체제에서 완전경매는 시기상조고, 심사할당이나 제한 경매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어떤 주파수에 어떤 사업자를 배제할 것인지에 이통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통사들은 나름대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자사 참여, 경쟁사 배제”를 주장하고 있다.
우선 이통사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파수 총량을 바탕으로 ‘균등 배분’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800㎒(30㎒), 2.1㎓(60㎒), 2.3㎓(30㎒) 등 3개 주파수 대역에서 모두 120㎒를 갖고 있다.
KT는 900㎒(20㎒), 2.1㎓(40㎒), 1.8㎓(20㎒), 2.3㎓(30㎒) 등 4개 주파수 대역에서 110㎒를 갖고 있고, LG유플러스는 800㎒ 및 1.8㎓ 대역에서 20㎒씩 모두 40㎒를 보유하고 있다.
이통 3사가 사용 중인 주파수 총량 270㎒ 중에서 SK텔레콤과 KT가 각각 44.4%, 40.7%를 차지하고 있고, LG유플러스의 보유 주파수는 14.8%에 그친다.
이 같은 주파수 보유현황은 SK텔레콤과 KT의 참여배제를 주장하는 LG유플러스의 논
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통사들에 주파수는 ‘물을 담는 항아리’와 같은 것이다. 가입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주파수라는 항아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LG유플러스는 다음 달부터 800㎒ 대역 20㎒로 4세대 이동통신망인 LTE(롱텀에볼루션)를 구축, 본격적인 4세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가입자 91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800㎒ 대역 20㎒ 폭으로는 최대 500만명밖에 유치할 수 없고, 올 연말이면 이마저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고 싶어도 주파수 부족으로 어렵고, 3세대(3G)망에 필요한 주파수가 없어 3G 서비스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주파수의 균등 배분을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가 이미 2.1㎓ 대역 주파수를 각각 60㎒, 40㎒씩 갖고 있는 반면 LG유플러스는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만일 2.1㎒ 대역 20㎒가 SK텔레콤으로 할당되면 2.1㎓ 대역의 총량인 120㎒ 중 80㎒를 SK텔레콤이 차지하게 된다”며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한 회사가 특정 주파수 대역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 사례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회장이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주파수 부족과 이로 인한 경쟁 열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LG유플러스의 균등 배분 주장에 동조하는 기류가 엿보인다.
다급해진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의 주장은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당장 주파수 부족에 직면한 사업자에 2.1㎓ 대역을 우선 할당해야 한다는 게 SK텔레콤의 주장이다.
3사의 가입자 수는 SK텔레콤 2천581만명, KT 1천614만명, LG유플러스 910만명 수준이다.
가입자 100만명당 주파수 보유량을 따지면 KT가 4.96㎒로 가장 많고, LG유플러스는 4.43㎒인 데 비해 SK텔레콤은 3.49㎒로 가장 적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다 4세대망인 LTE용으로 전 세계적으로 800㎒, 1.8㎓ 대역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와 KT가 각각 800㎒ 대역과 1.8㎓ 대역에서 20㎒씩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점을 SK텔레콤은 강조한다.
SK텔레콤은 현재 2G 가입자 900만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800㎒ 대역 20㎒ 폭 중에서 400만~500만명을 2.1㎓ 대역의 3G로 돌리는 대신 나머지 400만~500만 가입자를 10㎒ 폭으로 서비스하고, 10㎒를 떼어내 LTE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 현재 포화상태인 3G용 2.1㎓ 대역 60㎒로는 800㎒ 대역에서 넘어오는 2G 가입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경매에서 기필코 2.1㎒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비어 있는 4세대용 800㎒ 대역 20㎒ 폭을 갖고 있으면서도 추가로 주파수를 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주파수 사재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KT 역시 2.1㎓ 대역과 1.8㎓ 대역 두 가지 모두 선호한다. 2.1㎒ 대역을 선호하지만 차선으로 1.8㎒ 대역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이 2.1㎓ 대역을 가져가는 데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한 사업자가 특정 주파수를 절반 이상 차지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SK텔레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KT는 또 방통위가 주파수공용통신(TRS)용 800㎒ 대역 10㎒나 방송용 700㎒ 대역 등을 추가로 발굴한 뒤 3개 대역을 경매에 부쳐 이통3사가 1개 대역씩 가져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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