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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가격 정찰제' 마니프아트페어로 유명한 김영석 이사장이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를 창립, 서울 인사동 건국빌딩에 시가감정협회 사무실을 열고 최근 공식 출범했다./사진=박현주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컬렉터들이 더 똑똑해지는 미술시장이 되길 바란다."
왜 그렇게 작품가격에 집착하냐고 묻자, 김영석(54)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은 "미술품의 투명한 유통거래를 위해 꼭 필요한일로,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며 "음성적 거래는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는데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말했다.
김이사장은 "지난 수년간 작품 가격지수를 산출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자료 수집을 했다"며 "올 연말까지 미술작품가격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지난 10년간 국내경매사의 낙찰가를 분석, 작가 100순위를 분석발표했다. 경매와 아트페어에서 판매된 작품가격을 근거로 내놓은 수치지만 작고작가는 물론 생존작가의 낙찰총액과 판매작품수까지 공개했다.
김 이사장의 행보는 늘 미술시장을 긴장하게 한다. "1995년 국내에 처음 가격정찰제를 내건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를 개최했을때 화랑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는 그의 말처럼 당시 미술계에서 예술을 돈으로 평가하냐며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도 생소한 작품가격 정찰제를 왜 시도했을까.
"요즘도 그렇지만 화랑에서 단골고객들은 최고 10~30%까지 깎아주는 시스템이잖요. 미술시장에 처음 들어오는 컬렉터는 비싸게 된 작품을 그대로 사는 것을 보고, 이래선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니프가 기여했다고 자부하는 것은 새로운 고객창출을 했다는 점입니다. 비싸다, 싸다는 고객이 결정할 일입니다. 소수의 의해 결정되는 작품가격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난 10일 출범한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3년이나 늦게 공식화했다. 2008년 한국미술시가감정연구소로 출발한 이 협회는 지난해 연말 국내미술품 감정협회로써는 처음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출범식을 미룬 이유가 있었다. 국내미술시장에 진위,시가감정을 하고 있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와 충돌을 피하기위해서였다.
손에 꼽을만한 감정위원들이 이미 미술품감정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손놓고 있을수만은 없는 상황. "10년간 국내미술시장의 작품가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는 김 이사장은 "미술시장이 팽창하면서 진위감정 못지않게 시가감정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파악했다.
워낙 꼿꼿한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는 김 이사장은 자신의 주변도 정리했다. 화랑을 겸업하며 시가감정협회를 운영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20년간 운영하던 청담동 아미화랑을 접고 인사동에 들어왔다.
올 초 작품가격지수 개발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국내 경매사등의 작품가격 데이터가 김 이사장의 손에 있었고 기술적인 시스템이 필요했다. 하지만 기존에 미술시장 전문가로 활동하던 경제학자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공산품과 다른 미술품을 양적 가치로 산정하는 가격지수를 산출하자는 제안은 부담이 됐던 것이다.
인맥을 동원해 경제학과 교수들을 만나 삼고초려했다. 미술작품을 중요한 투자의 가치를 가진 재화라는 인식과 작품 판매가의 객관적인 기준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의견에 의기투합됐다. 이미 경매가격을 근거로 하는 가격지수의 산출방식이 메이 모제스(Mei-Mosse)에 의해 정립되었기 때문에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 5월, 경제학자들과 함께 '미술작품 가격지수 모형개발'에 착수했다. 오는 11월 약 1000명의(경매 대상작가 150명.일반작가 850명)작품가격을 분석한 가격지수를 발표한다는 목표다.
김태황(명지대 국제통상학과·경제학박사)교수가 연구 책임을 맡았다. 공동 연구자로 김 이사장 외 신형덕(홍익대 경영학과·경영학 박사)교수, 김명수(가톨릭대 정경학부·경제학박사)교수가 참여했다.
미술품가격 산정은 어떻게 할까.
"기존 작가의 작품 거래실적,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합니다.작품 거래실적은 국내 7대 경매회사(꼬모옥션, 마이아트옥션, 에이옥션, 옥션단, 서울옥션, AT옥션, K옥션)의 작품가격과 KIAF, MANIF 등 주요 아트페어에서 거래된 가격을 모두 포함 분석할 것입니다.
김이사장은 "경제 지표와 미술적 가치를 적용해 미술시장의 객관적이고 작품가격관리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작품성, 이력, 전시횟수 등을 근거로 미술품 가격도 아파트가격처럼 시스템화하는 체계에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시장에서 '마니프' 대표로 유명한 김 이사장은 1995년 국내 처음으로 '작품 가격정찰제'를 선보인 '마니프아트페어'를 열어 주목받았다. 해마다 작품 2000~3000점을 쏟아내는 마니프아트페어는 '김과장 전시장가는 날'이란 브랜드도 만들었다. 2003년부터 미술경제월간지 '아트프라이스'를 발행하고, 2008년부터 매년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그림값만 수록한 '작품가격'책을 발간하고 있다.
"가지 않는 길도 많은 사람과 함께 가면 길이 된다"는 김이사장은 "앞으로 작품가격지수를 발표할때 큰 혼선이 있겠지만 경제학자와 미술 전문가들이 개발하는 가격지수는 신뢰성과 함께 작품매매의 중요한 척도로 활용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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