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의 충격은 일본 열도에서 끝나지 않았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일어난 잇딴 폭발사고는 전 세계를 핵공포로 몰아넣었고, 공급망이 휘청이면서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했던 글로벌 제조업계는 벼랑끝에 몰렸다. 사고 대응과 피해복구 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정부의 리더십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日 경제 하반기 반등하나…'V'자 회복 기대감
일본 경제는 대지진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장기침체와 금융위기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 충격은 더 컸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0.9% 뒷걸음쳤고, 2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폭이 2.6%로 세 배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올해 일본 경제가 0.1%로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월만해도 전망치가 1.8%에 달했다.
비관론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대지진 피해액을 16조∼25조엔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실제 피해액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간 부문의 설비피해액만 9조∼16조엔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경제가 올 하반기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로이터가 최근 250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과 유럽 경제는 내년 말에나 성장세가 본격화하지만, 일본 경제는 올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피해 복구에 따른 부양효과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수 있다는 것이다. 신이치로 고바야시 미쓰비시UFJ리서치앤컨설팅 수석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경제 회복세는 7~9월 속도를 내며 급격한 '브이(V)' 모형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2분기 일본 경제는 0.7% 후퇴하겠지만 3분기에는 1.0%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 공급망 정상화…이젠 판매망 복구 속도
일본 제조업계는 지진 피해로 멈춰 세웠던 설비의 가동을 속속 정상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BOJ)도 지난 15일 발표한 6월 금융경제 월별 보고서에서 현재 경기 상태를 3개월만에 상향 조정했다.
BOJ는 지진 발생 이후 줄곧 "지진 여파로 생산면에 하향 압력이 강하다"고 경기를 진단했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생산 측면을 중심으로 한 하향 압력은 아직 진행되고는 있지만 회복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부품 공급망이 정상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지진으로 무너진 부품 공급망 복구에 힘을 쏟았던 일본 자동차업계는 최근 판매망 복구에 힘쓰며 실적 만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급망이 최근 급격히 회복되면서 일본 국내 생산은 다음달까지 지진 발생 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자동차업계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대지진 피해지역 영업점에 대한 복구 지원책을 속속 실시하고 있다. 생산뿐 아니라 판매에도 집중해 올 하반기 판매실적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서다. 생산이 정상화해도 판매력이 저하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자동차업계가 금융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영업점을 지원하는 한편 고령화에 따른 중장기적인 국내 판매 감소에 대비해 판매망 통폐합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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