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언시가 담합을 적발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자진 신고자가 과징금을 면제받는 '얌체 행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게 사실이다. 당사자인 산업계 역시 리니언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배신자를 낳게 되는 리니언시가 업체 간 불화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리니언시 기업 '얌체행위'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니언시에 의한 정유 4사의 담합 적발에 이어 CJ제일제당 등 대형 식품업체의 담합이 적발되면서 '자진 신고'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리니언시는 항상 답합을 들춰내는 중요한 기능을 해왔지만 부작용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보복성 고발… 신빙성 문제
공정위의 담합 조사가 일부 업체의 고발에만 의존하고 있어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정유사 담합의 경우, 침묵을 지키고 있는 GS칼텍스를 제외한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나머지 정유사는 강력하게 반발하며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들 정유사는 "퇴직한 GS칼텍스의 영업직원 개인의 진술에 의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고추장 담합 역시 CJ제일제당은 리니언시를 한 대상이 지난해 다시다 제품 고발에 대한 보복차원이라며 담합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CJ제일제당이 자사 다시다 제품을 베꼈다며 검찰에 고발, 수차례 압수수색을 받는 등 곤혹을 치뤘다.
리니언시에 대한 신빙성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 정유사의 LPG담합도 SK에너지에 이어 차순위로 리니언시를 한 SK가스의 경우 과징금의 50%를 면제받았지만 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행정소송을 진행,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복성 고발이 잦아지면 진술이 왜곡되거나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는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체 간 '상도의' 실종
보복성 리니언시는 업체간 협업정신을 깨뜨리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GS칼텍스는 업계로부터 지난 2009년 SK측의 LPG가격 담합 리니언시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담합과 관련,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정유사 간의 불화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GS칼텍스는 최근 SK에너지의 기습적인 기름값 100원 할인에 등 떠밀리듯 기름값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정유사가 기름값을 내리는 것은 어느 정도 합의가 있었다"며 "하지만 SK측이 돌발 행동을 하면서 나머지 정유사가 미처 시스템을 준비할 수 없게 돼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GS칼텍스가 기름 수급에 차질을 빚은 것에 대해서도 SK와의 불화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업계 관계자는 "GS가 기름이 모자를 때는 통상 SK에서 빌려왔는데 SK가 최근 불화로 기름을 공급하지 않아 수급차질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산업계는 이처럼 업체 간 불화를 조장하는 리니언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이라 겉으로 견해를 밝히는 데는 지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다. 기업은 리니언시가 배신자를 만드는 제도지만 적발 효과가 높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따라서 기업이 먼저 나서서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석유협회 관계자는 "리니언시는 극히 민감한 사안이라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 관계자 역시 "리니언시는 의견을 말하기가 힘든 안건"이라며 "자진신고로 혜택을 보는 기업도 있고, 불리한 기업도 있기 때문에 입장을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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