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경찰이 관여하는 ‘모든 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를 할 수 있는 지위를 유지했고, 경찰은 전체 형사사건의 90% 이상을 사실상 수사 개시ㆍ진행하는 현실을 반영해 독자적인 ‘수사개시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검·경은 합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재확인한 196조 1항을 서로 다르게 풀이하고 있다.
현행 조항은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에는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라는 표현으로 명시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문구만 바뀌었을 뿐 검찰의 수사지휘권 자체는 사실상 손상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모든’이라는 수식어가 지휘권의 범위를 명확히 해 검찰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평가다.
검찰은 "수사에는 통상 입건 전 조사를 의미하는 ‘내사’도 포함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어 현재의 수사지휘 구조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보고 있다.
반면 경찰은 검사의 지휘권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불만을 성토하고 있다.
합의안이 발표된 직후 경찰이 “하나마나 한 합의”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결국 수사지휘권 조항을 바꾸지 못한 데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합의안을 통해 애초 주장했던 수사개시권을 확보했다.
196조 2항에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인식했을 때 수사를 개시ㆍ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찰이 과거처럼 수사의 보조자가 아니라 검찰처럼 수사의 주체가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법경찰관은 범죄 수사를 한 때에는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지체없이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는 196조 4항이 신설된 것도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 개시ㆍ진행권을 가졌다는 점을 확인하는 조항으로 보인다.
이 조항은 사건 진행 과정을 ‘개시-진행-종결’의 3단계로 나눴을 때 종결권을 검찰이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검찰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의미보다, 경찰에 개시와 진행권을 먼저 보장하는 의미가 더 크다는 쪽으로 보고 있다.
반면 검찰은 196조 2항과 4항에 대해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인정되면 지금처럼 수사지휘권을 원활하게 발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개시권을 가지게 되면 검찰의 지휘에 일일이 복종해야 할 명분이 약해지고 이는 경찰이 무분별한 수사를 할 수 있는 면죄부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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