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자녀까지 대학등록금을 무상으로 지원해주지만 실제로 지원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김 과장의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는 20세가 되는 해 그의 나이는 56세. 이미 정년퇴직을 지난 시점이다.
더구나 김 과장의 파트장(부장)의 나이가 40대 초반, 그룹장(상무)의 나이가 40대 중반인 점을 감안하면 그가 회사 지원을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 지원금 수혜, "공무원, 50대 임원 아니면 꿈도 못꿔"
기업들이 임직원 복지 제고 차원에서 사내복지기금을 조성해 임직원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는 게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기업들의 상시 구조조정 탓에 한 회사에서 장기간 일을 할 수 없어 복지수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가나 기업이 제공하는 등록금 수혜를 받기 위해선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나 대기업 고위간부 혹은 임원까지 승진해야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일찍 퇴직한 회사원들은 어디서도 등록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만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등록금 차등화, 사내기금 분배 실시해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계 재산 및 학생의 성적 등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적용하는 미국식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재정부 전 고위 관계자는 "자원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복지수혜를 먼저 주는 것이 순서"라면서 "학생과 부모의 소득 정도와 성적 등을 기준으로 종합 데이터를 구축, 대학 등록금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직장인들이 자녀의 등록금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사내복지기금을 퇴직시 지급해야 하며, 정부의 예산을 대학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진영 경희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이전까지는 전체 교육예산의 80~90%를 초·중·고교에 사용했으나 한국 사회가 앞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대학에 대한 지원규모를 늘려야 한다"며 "아울러 기업들은 사내복지기금을 퇴직시 일부 지급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 "정부의 재정 효율성 높여라"
정부의 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해결방안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한나라당이 의결한 감세정책 철회.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방안은 과세표준 2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와 연소득 88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각각 2%포인트 낮추는 것이다.
법인세율은 22%에서 20%로, 소득세율은 35%에서 33%로 내리자는 게 골자다. 당초 2010년부터 인하할 계획이었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2012년으로 적용 시기가 늦춰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득세율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시기를 늦추거나 재고해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법인세만큼은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꼭 추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 순수익이 2억원인 기업의 경우를 예로 들면, 현재는 4400만원(22%)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감세가 추진되면 4000만원만 내면 된다. 즉 감세 철회를 추진하면 400만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 된다.
이를 내년 법인세율 추가인하 대상인 2억원 초과 기업 4만5574개(전체 법인의 10.86%, 2010년 국세통계연보)에 적용하면 최소 1822억9600만원의 세수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준정부기관 학자금 지원규모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로, 정부가 공무원과 공기업 자녀들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감세 철회분->등록금 지원'이라는 공식을 굳이 대입할 필요 없이, 감세는 그대로 추진해 기업 투자 여력을 높이되 준정부기관의 재정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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