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학자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내고 금융권에 숱한 화제를 제공하며 ‘스타 CEO(최고경영자)’로 등극했다.
어 회장은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닮고 싶은 CEO’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권위주의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금융권에서도 유난히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던 KB금융과 국민은행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조직 개혁을 이끈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초 문을 연 대학생 전용 점포 ‘락스타존(樂star Zone)’은 KB금융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단기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성장기반 확충 차원에서 젊은층 고객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어 회장의 지론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락스타존은 세미나 공간과 미니 카페, 영화 및 음악감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은행 영업 점포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
KB금융이 그 동안 도외시했던 스포츠 마케팅도 어 회장 취임 이후 탄력을 받고 있다.
어 회장은 취임 직후 프로골프 후원 사업을 시작하며 양용은 등 거물급 프로골퍼의 메인 스폰서로 나섰다.
VIP 고객을 상대로 한 골프 마케팅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난달 6일에는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프로야구 경기에 시구자로 나서는 등 프로야구 관련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평소 야구광이기도 한 어 회장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KB국민프로야구 예금’도 호응이 대단하다.
국제 감각을 중요시 여기는 어 회장은 해외 금융기관 경영진 및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크 강화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당시에는 금융 부문을 대표해 방한한 해외 거물급 금융 CEO들과 회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 때 맺은 인연으로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은행인 중국 공상은행과 다양한 방식의 업무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맨 어윤대’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권에 대형 인수합병(M&A) 이슈가 생길 때마다 시장의 관심이 KB금융에 쏠리는 것도 어 회장에게 따라 붙는 ‘MB맨’이라는 수식어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이 들어선 후 지난 정권의 수혜를 입었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
조직 화합을 이루는 것도 조금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노조를 비롯한 KB금융 및 계열사 직원들은 아직까지 어 회장에 대해 100%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성과향상추진본부를 신설해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을 따로 관리하는 등 그 동안 금융권에서 금기시했던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온 데 따른 반작용이다.
어 회장이 대내외적인 역풍을 이겨내고 KB금융의 중흥을 이끌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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