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3대 지표인 경제성장률·물가·고용 가운데, 고용시장에만 경기회복의 훈풍이 부는 양상이다.
어렵게 취업은 했지만 월급 가운데 소비나 저축에 사용할 수 있는 실질소득(가처분소득)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외식비까지 급등하면서 점심 한끼 사먹기도 부담스럽다.
물가안정을 전제로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올린 탓에 대출이자 상환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 문제는 이미 한국경제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이 됐다.
고유가도 서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유가는 상반기에 비해 다소 하락한 추세지만 국내시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기름값 리터당 100원 인하 기간이 종료되면서 일부 지역의 경우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300원에 육박하고 있다.
◆ 3高(고물가·고금리·고유가)에 서민들 허리 휜다
전반적인 고용 개선흐름을 이어갔던 지난 5월. 주된 취업 연령층인 25~29세 고용률은 70.1%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겼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특히 청년층의 고용률이 매우 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빠른 고용회복세를 기록한 셈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1분기, 전국 2인이상 가구 소득 기준)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대치(19.1%)로 나타나면서 서민 살림살이가 얼마나 빠듯한지를 보여줬다.
비소비지출이 커지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의 비중은 적어진다.
재산세·소득세·자동차세와 같은 세금과 건강보험료·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또 대출이자와 같은 고정비용이 비소비지출에 해당된다.
비소비지출이 증가한데는 늘어난 이자비용도 한 몫했다. 올 상반기내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하면서 통화당국은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렸다.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있는 가계들은 자식이 취업을 하거나 재취업을 해도 소득의 대부분을 대출이자 상환용으로 날려버릴 수밖에 없다.
고물가는 이제 식탁물가마저 위협하고 있다.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와 가공식품 비용은 물론이거니와 장마철 집중호우로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내리면 통상 1~2주에 국내가격에 반영되는 유가도 기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0원 인하 효과는 매우 미미했지만, 할인기간이 종료되자마자 소매가가 2300원까지 오르는 등 기름값이 급격하게 인상된 것.
게다가 최근 다시 국제유가가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소득불평등·계층간 격차 커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취업자수가 5개월 연속 크게 증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써프라이즈(surprise)’하다고 언급했지만 여러가지 소득분배 지표들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이를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노동소득분배율(전체 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6년 61.3%에 달했던 노동소득분배율은 2007년 61.1%, 2008년 61.0%, 2009년 60.9%, 2010년 59.2%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계소득이 기업소득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하락한 것.
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기업들이 인건비를 상대적으로 적게 지급했기 때문”이라며“올해는 수출과 내수 증가율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임금이 올라도 가처분소득이 워낙 낮은 상황이라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 상대적빈곤율 등 대표적인 소득분배 지표는 지난해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서민 체감경기와 동떨어져 있다는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와 내년에도 소득격차가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견해가 많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완전한 불평등'을 뜻하는 지니계수는 2008년과 2009년 모두 0.314에서 지난해 0.310으로 소폭 개선됐다.
상위 계층에 소득이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값)은 2009년 5.75배에서 5.66배로 다소 완화됐고, 상대적빈곤율도 같은 기간 15.3%에서 14.9%로 하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득분배 지표가 서민들의 실질적인 체감도와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고용상황이 대폭 개선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지만 고용과 달리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지표상으로는 지난해 개선된 것으로 나왔는데 올해와 내년에는 과연 개선될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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