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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등록금 문제의 본질은 재원확보가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는 정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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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1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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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안민석 의원(국회 교육과학기술위 간사)
 
 절규하듯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대학생들의 촛불집회에 참가할 때마다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임재범의 <너를 위해>라는 노래 가사 중 ‘전쟁 같은 사랑’이란 구절이 떠올라 마음이 아렸다. 6월은 반값 등록금을 위해 생존 투쟁을 벌인 대학생들의 촛불의 메아리가 아직도 곳곳에서 잔해로 남아 있는 전쟁 같은 한 달이었다.
 
  한 달에 걸친 촛불집회 덕분에 반값 등록금을 사회적 담론으로 확산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열린 6월 임시 국회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옛말처럼 입법기관이란 말이 무색하게 법 제정은 없고 무성한 말잔치로 끝났다.
 
  생존 전쟁 속에서 6월을 보낸 대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국회는 민생과는 거리가 먼 한심스러운 집단으로 비쳐질 것 같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한나라당은 2014년까지 대학등록금을 30% 이상 인하하기 위해 총 6조8000억원의 재정과 1조5000억원의 대학장학금을 투입하기로 발표했지만 여기에는 세 가지 심각한 우려가 있다.
 
 첫째, 반값 등록금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도 문제지만 30% 인하를 달성하는 2014년에 최대 3조원가량의 재원으로 30%를 과연 인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기준으로 봐도 등록금 수입 총액의 30%는 4조5000억원가량이 되어야 하는데 그나마 이런 수치도 한나라당이 이만큼 인하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둘째, 법률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 우려된다. 등록금 인하를 제도적 장치에 의해 통제하지 않고 그냥 재정지원 해주고, 대학들은 자율적으로 30%까지 인하할 수 있다고 한 것인데 대학들이 과연 그만큼 인하할지 의문이다. “안 되면 말고” 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셋째, 대학교육의 질이 우려된다. 대학들이 당장 내년부터 한나라당이 원하는 만큼 등록금 인하에 나설지도 의문이지만 대학을 쥐어짜서 등록금을 인하하게 되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도 전임교원 확보율, 실험실습비, 도서관 장서수를 보면 세계 수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데 더 떨어질 우려가 있다. 또 설사 인하한다고 해도 상위 몇 개 대학은 가능해도 나머지 대학은 인하가 어려운 재정 실정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발표한 등록금 문제 대안은 그 자체로 한계가 있고 발표내용 그대로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반값 등록금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반값 등록금이라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 수 있는 세 가지 해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등록금 액수 상한제를 도입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등록금을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 3개월분을 기준으로 상한액을 정할 경우 현재 등록금 액수의 약 33% 인하가 가능하다.
 
 둘째, 소득에 따른 차등 장학금을 지급해야 한다. 가령 기초수급대상자와 소득 1분위까지는 100% 지원, 2∼3분위는 60% 지원, 4∼5분위는 30% 지원, 6∼8분위는 20% 지원하는 방안이다. 차등 장학금 지원과 등록금 상한제를 병행하여 실시하게 되면 반값 등록금은 가능하다.
 
 셋째, 대학의 재정 결손을 정부가 메워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에도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사학비리 척결과 대학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비리재단인 상지대를 김문기 씨에게 돌려준 이명박 정부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는 유일한 대안은 내리고, 차등 적용하고, 메우는 세 가지 방안을 맞물리도록 운용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약 7조2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문제의 본질은 재원 확보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는 정치 철학의 문제다.
 
  철학이 있다면 재원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4대강 예산처럼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 약속을 이행하려는 국정 철학을 가진다면 부자감세 철회, 내국세 확보, 4대강 사업 조정 등을 통해 재원은 얼마든지 조달 가능하다.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던 여당도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 철학을 가지도록 촉구할 책무가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반값 등록금은 내년 총선에서 여당의 무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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