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엔·달러 환율은 4개월래 최저치인 78.48엔까지 밀렸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3월 대지진 발생 직후인 같은달 17일 76.25엔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주요 7개국(G7)은 엔고 저지를 위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이날 오전 11시 15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78.66엔을 기록 중이다.
엔·달러-유로·엔 환율(단위: 엔/위부터) 및 닛케이지수 추이(출처:WSJ) |
일본 외환당국은 엔화값 급등 요인이 외부 악재인 만큼 아직까지는 시장 개입을 거리고 있는 분위기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전날 가진 회견에서 "당국의 개입은 시장 변동성이 극단으로 치닫거나 무질서한 움직임이 포착될 때로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시장이 다소 한 방향으로 치우친 면이 있다며, 시장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도 "외환시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WSJ는 대지진으로 경제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엔고가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을 오래 미루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글라스 보스윅 파로스트레이딩 외환 부문 책임자는 "일본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수출 경쟁력으로, 이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며 "BOJ는 엔화 가치가 (수출 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와 한국의 원화에 대해 각각 1%, 5% 이상 더 오르면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은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가 9000선 아래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촉발하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날 9963.14로 0.4% 오른 닛케이지수는 이날 9926.74로 오전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77엔 밑으로 처지면서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 해소 노력이 결실을 거둘지 두고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케자와 게니치로 다이와SB인베스트먼트 선임 펀드매니저는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바로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며 "하지만 엔화값 급등에 대한 당국의 경고 어조는 조금씩 변하고 있으며, 곧 '결정적인 조치'에 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는 전날 대지진 피해가 집중된 도호쿠지역 자회사들에 대한 합병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생산효율성을 높여 엔고로 인한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다카다 사토루 TIW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엔·달러 환율이 80엔을 밑도는 상황에서 도요타의 자회사 합병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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