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태와 이시카와는 지난해 한일전, 일본오픈, JT컵 등에서 열 차례 정도 맞대결을 펼쳤다. JT컵 2라운드에서 이시카와에게 뒤졌을 뿐 나머지 일고여덟차례는 김경태의 스코어가 더 좋았다. 세가 새미컵에서도 김경태가 4타 앞선 채 최종라운드에 돌입했는데, 이시카와는 한 차례도 따라잡지 못했다.
두 선수의 골프 스타일은 닮은 점도 있고, 판이한 점도 있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간판’ 선수이고, 규칙에 능통해 좀처럼 위반을 하지 않으며, 승부를 다투는 중대 시점에서도 상대가 우승기회를 맞이하면 격려해주는 ‘대선수 기질’은 비슷하다. 그 반면 김경태는 안전과 정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플레이를 하는 타입이라면, 이시카와는 장타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타입이다. 김경태가 ‘보기 피하기’(올시즌 라운드당 1.5개꼴) 위주의 전략으로 스코어를 유지해나가는 반면, 이시카와는 기회가 왔을 때 몰아치기로 단번에 선두권으로 치솟는다. 김경태 골프가 ‘부드러움’(柔)이라면 이시카와 골프는 ‘파워’(强)다.
김경태가 일본에 진출한 2008년과 그 이듬해인 2009년엔 이시카와가 앞섰다. 그러나 2010년엔 김경태가 JGTO 상금왕에 올랐고, 올해도 김경태가 이시카와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유제강’(以柔制强)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하다.
김경태는 보기를 잘 안하지만,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레슨프로 출신의 아버지한테서 숱하게 들어온 말이기 때문이다. 또 ‘침착함’이나 ‘냉정함’에서 김경태를 따를 선수가 없다.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는 성격에 선글래스까지 껴 좀처럼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그는 “어느 선수에게나 ‘버디 홀’이나 ‘파 홀’이 있듯이, 대회를 하다 보면 위기도 있고 찬스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지키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김경태는 “골프에서 ‘거리’와 ‘정확성’이 다 중요하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정확성을 들겠다”고 말한다. 그의 시즌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83.6야드로 이 부문 46위다. 이시카와(294.8야드)보다 11야드나 덜 나간다. 그런데도 개의치 않는다. 컴퓨터같은 아이언샷과 퍼트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린적중률은 김경태가 68.3%(4위)로 이시카와(62.2%)에 비해 6% 포인트나 높다. 평균스코어는 김경태가 68.89타, 이시카와가 69.81타로 1타 가까이 차이난다. 스코어를 결정짓는 것은 장타력이 아니라 정확성이라는 것을 ‘김경태 골프’는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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