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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어맨H 주행모습. |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다소 의외였다. 시승을 위해 처음 ‘체어맨H’ 받고서 운전석에 앉아 보니 뒷좌석을 배려한 기능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체어맨H는 체어맨W와는 달리 ‘오너 드라이버(기사 없이 직접 운전하는 차)’ 콘셉트 아니었나. 가령 운전석이나 뒷좌석에서도 보조석 시트를 조정할 수 있었다. 어디서든 CEO석(오른쪽 뒤)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촬영을 위해 앞좌석 시트를 눕혔더니 거의 180도에 가깝게 접혔다. 편안히 누워서 잘 수 있을 정도였다. 수시로 CEO를 기다려야 하는 운전기사를 배려한 것은 아닐까. 내킨 김에 시승도 하고 아예 하룻밤을 차 안에서 보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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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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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함이 오히려 매력으로= 체어맨H는 경쟁 차종인 제네시스(현대)와 오피러스(기아) 같은 경쟁 모델에 비해 성능과 연비에서 앞서는 차가 아니다. 기능 면에서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세부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눈에 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매력일 수 있는 독특한 차다.
먼저 같은 가격대에서 가장 크고 중후하다. 경쟁 모델보다 5㎝ 이상 길다. 디자인도 15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클래식’이란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 올 5월 ‘체어맨H 뉴 클래식’을 내놓으며 일부 디자인이 변경됐지만 1997년 출시한 1세대 체어맨의 향수가 여전히 남아 있다. 싱글 암(arm) 와이퍼도 출시 때 모습 그대로다. 이 방식은 전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펜을 수납하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됐다는 게 이 차의 콘셉트를 말해 준다. 오히려 전자식 버튼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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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단면. |
또 편안하다. 180도 가까이 접히는 시트는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집처럼 편하다고 할 순 없다. 잠깐의 잠을 청하는 정도라면 너무 푹 잠들어 알람을 맞춰놔야 할 지도 모른다. 실제 자정께 잠을 청한 후 알람을 맞춰 놓은 오전 출근시간까지 6시간 가량을 푹 잤다. 한 번의 뒤척임도 없었다. 주행 성능도 마찬가지다. 경쟁 모델이 해외 시장을 겨냥해 스포티하게 변해 버렸기 때문일까. 이 차의 승차감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다. 어떤 주행 상황과 노면 상황에서도 좀처럼 몸이 흔들리는 일이 없다. 같은 가격대의 수입 세단이 앞좌석의 편안함에만 초점을 맞춘 반면 앞ㆍ뒷좌석 모두를 배려했다는 것도 장점이다. 쉼 없이 내리 6시간 가량 시승했지만 피로도는 다른 차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다만 최근 중형 이상 모델에 많이 탑재된 안마 시트 기능이 아쉬웠다.
요컨데 ‘대형 세단은 무엇보다 중후함과 편안함’이라고 마치 온 몸으로 말해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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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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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타면 좋을까= 4000만원 초중반대 세단 선택의 폭은 넓다. 그랜저나 K7 같은 준대형 세단의 최고급 사양도 있고, 제네시스ㆍ오피러스 같은 오너 드라이버급 대형 세단도 있다. 요샌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 중형 세단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체어맨H는 어떤 사람에게 적합할까.
일정 정도 이상의 나이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에 어울린다. CEO나 회사 중역이 직접적인 대상이다. 오너 드라이버로써 직접 운전하기도 좋지만, 뒷좌석 중심의 쇼퍼 드리븐(chauffeur driven) 역할을 하기에도 충분하다. 사실 이같은 고객에 체어맨H의 단순명료함은 투박함이라기보다는 편안함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렇듯 ‘체어맨H’는 보수적인 색채가 짙다. 고집이 느껴질 정도다. 이런 까닭에 품위는 갖추되 최신보다는 유행을 타지 않는 사람에 더 적합하다. 실제로 체어맨 고객은 대개 한 차를 오래 탄다고 한다. 체어맨H의 오너라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차에 눈길 한번 주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럴수록 오히려 자신의 차에 더 애착을 가질 것만 같다. 실속파 역시 체어맨H을 고려해 봄 직 하다. 최근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최소 90만원에서 440만원까지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사진= 쌍용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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