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쓰나미…재정위기 유럽 '소용돌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1-09-06 16:2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이번주 '테스트' 첩첩 채무위기 노력 물거품 될 수도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이 파국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지난해 그리스에서 불거진 재정위기는 주변국을 잇따라 무너뜨렸고, 최근에는 은행권 전이 공포를 불러 일으키며 유로존의 핵심인 프랑스마저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악화일로인 상황을 역전시킬 묘책은 아직 구체화된 게 없다. 국가마다 처한 현실이 달라 실질적인 공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매입 지속 여부 등에 대한 이견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는 재정감축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졌고, 이탈리아에서는 정치권의 갈등 속에 재정개혁안 논의가 후퇴했다. 유럽 재정위기 해소 가능성에 대한 불신은 최근 불거진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우려와 맞물려 결국 5일(현지시간) 유럽 금융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번주 내내 유로존의 맷집을 시험할 일련의 테스트가 예정돼 있어 시장의 불안감은 더 고조될 전망이다.

이탈리아(왼쪽)-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단위: %/출처: FT)
◇주식·채권·CDS 등 시장 요동
이날 유럽 증시는 그야말로 폭삭 주저앉았다. 영국 FTSE지수는 3.57% 내렸고, 프랑스 CAC40과 독일 DAX지수는 각각 4.73%, 5.27% 추락했다. 그나마 미국 뉴욕증시가 노동절로 휴장하면서 충격이 덜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를 통해 이번주 미국과 유럽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국채 수익률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유로화 가치도 추락하면서 유로·달러 환율은 마지노선인 1.41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날 1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2% 아래로 밀린 것을 두고 서구권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날 1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16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 떨어진 1.85%를 기록했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지난 주말 1950년 이후 같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이 1997년 2% 아래로 처진 뒤 단 몇주를 제외하고 줄곧 같은 수준을 맴돌고 있다면서 일본 경제가 저성장을 거듭했고, 증시 수익률도 형편 없었음을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사이먼 볼러드 로열뱅크오브캐나다 채권 투자전략가는 "유로존과 거시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하면 수개월 이후에는 어쩌면 수익률 2%가 매우 매력적인 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위기 전이…리먼 데자뷔?
유럽의 대형 은행주가 일제히 곤두박질친 것도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도이체방크·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각각 12%, 9%, 8% 폭락했다. 글로벌 증시에서 은행주의 약세는 최근 추세로 굳어져 벤치마크인 KBW은행지수는 올 들어 30% 넘게 추락했다.

이런 분위기는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붕괴로 촉발된 금유위기의 재현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가 역내 은행권으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유럽판 리먼사태가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 6개국 국채를 보유한 유럽 은행권의 잠재적 손실액이 전체 자본의 10%가 넘는 2000억 유로(287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아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유로존은 IMF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맞서고 있지만, 유럽 은행들의 신용경색 조짐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커만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향후 수년간 은행들의 수익을 갉아먹으며, 취약한 은행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최근의 금융시장은 2008년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럽 은행들이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비해 상당 규모의 현금 자산을 미국으로 옮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테스트' 첩첩…G7 국제공조 기대감
문제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시장의 불안감이 한동안 상당한 수준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유럽이 이번주 직면한 일련의 테스트가 그간의 채무위기 해소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극단적인 처방을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주에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구제금융 위헌여부 판결(7일)과 ECB의 채권 매입 지속 여부 결정(8일), 그리스 2차 지원 민간 참여 여부 결정(9일) 등의 일정이 산적해 있지만, 어느 하나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특히 독일 헌재의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위헌판결이 날 가능성은 적지만, 구제금융 지원에 반대하는 독일 의회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는 판결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오는 11월 ECB 총재직에 오르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의 중단 가능성을 시사해 우려를 더했다. ECB는 이탈리아가 재정개혁안을 계획대로 밀어붙인다는 전제 아래 채권시장에 개입해 이탈리아 국채를 사들였지만, 재정개혁 목표가 흔들리자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곧바로 급등했다.

그나마 시장에서는 9일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 G7이 이번 회의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재정긴축 속도를 조절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