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금융투자협회가 신탁자산으로 매기던 자산운용사 순위 기준에 일임자산을 추가하기로 해 대형 보험사를 보유한 대기업그룹 운용사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는 운용사 명의로 운용하는 투자자 신탁자산(펀드 설정액)만으로 순위를 매겨 왔다. 이에 비해 이르면 연말부터 계열 보험사 명의 계정을 일임 운용하는 자산도 합산하게 된 것이다.
이럴 경우 삼성생명·삼성화재를 계열사로 둔 삼성자산운용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7일 금투협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탁자산은 2일 기준 33조5468억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삼성자산운용은 33조3134억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2334억원 적어 2위다.
반면 삼성자산운용 일임자산은 72조4962억원으로 이를 합산하면 1위가 바뀌게 된다.
삼성자산운용 신탁·일임자산은 모두 105조8096억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45조3826억원보다 2배 가량 많아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계열사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신탁·일임자산 9조2330억원을 합쳐도 마찬가지다.
신탁자산은 운용사 명의 아래 투자자가 맡긴 돈이다. 국내 또는 해외 공·사모펀드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에 비해 일임자산은 투자자 명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운용만 운용사에서 맡는 자산이다.
금투협은 협회 홈페이지에 바뀐 순위 기준을 연말이나 내년 초 반영할 계획이다.
대형 보험 계열사가 없는 대부분 운용사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특정 운용사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같은 계열사를 통해 일임 운용하는 자산만 70조원 이상"이라며 "펀드 설정액을 배제한 채 계열사 물량만으로도 업계 1위를 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금투협은 일임자산을 합산하는 것이 국제 기준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비금융그룹이 금융사를 보유하는 사례는 국내에 국한된 특수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금융그룹 가운데 계열 금융사 물량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운용사는 해외에서 찾기 어렵다"며 "이런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보험사나 운용사는 대부분 금융그룹 계열사다. 악사는 계열 운용사로 악사 아이엠(AXA IM)을 두고 있다. AIG가 보유한 계열 운용사는 AIG인베스트먼트다. 이에 비해 삼성생명·삼성화재는 일반 대기업그룹 계열사다.
해외 금융그룹 계열 국내 운용사도 순위가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교보악사자산운용 ING자산운용 알리안츠인베스터투자신탁운용은 처음으로 10위권 안에 들어갈 전망이다.
반면 현재 6위와 8위인 하나UBS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은 각각 7위와 9위로 내려간다. 10위 안에 들었던 산은자산운용 NH-CA자산운용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금투협 관계자는 "연기금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일임시장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업계 순위 기준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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