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복제 거듭하는 유로존 금융위기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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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0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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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브러더스의 몰락을 기억하는가? 유럽인들은 확실히 기억할 것이다.”유럽연합(EU)이 재정위기를 해소하려 발버둥치는 가운데 최근 이 지역에서는 유럽 은행권의 대표선수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것이 아이냐는 공포감이 자기복제를 통해 증식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이하 현지시각) 진단했다.

NYT에 따르면 유럽 정책당국은 그런 재앙을 피하려 수천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금융권에 지원할 태세지만, 유럽 은행들이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도무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일부 은행들은 당일 운영자금을 조달하는데도 과거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유럽의 점증하는 위기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유럽 은행권에 대한 단기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는 거래 자체를 중단했다. 유럽 금융권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는 지금과 유사한 상황에서 결국 좌초했다. 당시 은행들과 헤지펀드 등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대규모로 자금을 빼냈고 이것이 결국 리먼의 도산과 나아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됐다.

하지만 미국 금융권의 이런 움직임은 자충수에 지나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서로 얽히고 설킨 현실에서 유럽의 재정위기가 악화되면 대서양 건너편인 미국도 곧바로 유탄을 맞을 수 밖에 없고, 이는 이미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다른 지역의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파를 던지게 된다.

이와 관련, 헤지펀드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NYT에 금융위기를 다룰 권위있는 범유럽 차원의 기구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이번 위기가 2008년에 발생했던 리먼 사태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이 그런 기구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가지려면 위기감이 필요한데 지금 유럽에는 그런 기구가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개탄했다.

현 상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금융시장에 그대로 반영돼 6일 미국과 유럽 증시는 1% 이상 빠졌다. 특히 최근 몇주동안 하락세를 겪어온 유럽의 은행주들은 이날 하루 동안 다시 5% 이상 급락했다. 현재 유럽의 은행주들은 리먼 사태의 그림자가 짙었던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날 2년물 미 국채의 수익률은 장중 한때 사상 최저치인 1.90%로 떨어졌다가 1.98%에서 장을 마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유럽이 조만간 몇가지 당면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 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과 은행권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7월의 합의안에 대해 개별적인 동의 절차를 밟게 된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이날 독일의 유로존 구제금융 참여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핀란드 정부는 8일 합의안에 대한 조건을 제시하며 다른 국가들도 대출 환수를 담보하기 위한 자국의 요구사항을 잇따라 내걸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스나 아일랜드 등 소국의 문제는 새로운 소식이 아니지만 최근 몇주 사이
에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중대한 기능을 하면서 미국과도 긴밀한 관계에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거대 금융기관으로 우려가 확산됐다. 특히 이탈리아마저 흔들리게 되면서 유럽 경제의 미래는 극심한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UBS 런던지점의 필립 핀치 전략가는 “글로벌 금융권이 동시다발 충격에 난타당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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