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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천의 재계 엿보기> 망향가 부르는 회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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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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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민족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저마다 고향집을 찾아 떠나는 이때, 쓸쓸히 사무실 한 귀퉁이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북한이 고향인 사람들이다. 북한에 가족, 친인척을 두고 온 사람들은 일반인만 있는 게 아니다.

6·25전쟁 당시 단신으로 내려와 큰 기업을 일군 이들도 많다. 익히 알고 있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2001년 타계한 정 명예회장은 지금은 북한 땅이 된 강원도 통천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렸을 적 가출, 상경해 사업에 뛰어 들어 수많은 신화를 만들어 냈다. 자신의 아호를 고향 마을인 '아산리'에서 따와 '아산'이라고 지었을 정도로 고향에 대해 각별한 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몇 해 전 청바지로 유명한 '뱅뱅'의 창업주 권종렬 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 전쟁 직후 그는 동대문 시장을 전전하며 의류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의 뱅뱅을 일궜다. 하지만 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 아직도 북한에 친인척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향 땅은 밟아 볼 기회조차 없었다. 기업인 대표로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고향 마을을 두고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는 가끔 훌쩍 중국을 가곤 한다. 북한과 인접한 단둥지역에서 아련하게나마 고향땅을 바라보기 위해서다.

권 회장은 기자에게 중국과 맞닿아 있는 압록강 물에 손을 씻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흐뭇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여전히 고향에 대한 아련함이 남아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권 회장처럼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온 경영자들은 꽤 많다. 현재 경영일선에 있는 경영자로는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1922년생),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1930년생), 강성모 린나이코리아 명예고문(1933년생) 등이 있다. 한국에서 기업을 크게 일구고 고향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은 이번 추석에도 고향땅을 밟지 못한다. 겉으로는 한국에 있는 자녀들과 오붓하게 명절을 보낸다고 하지만 가슴 한켠에는 여전히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도 실시간 '화상통화'가 가능한 시대다. 하지만 지척에 있는 북한은 아니다. 통행은 물론 전화통화, 편지조차 교류할 수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추석은 명절이자 축제다. 가족과 이웃이 오랫만에 모여 지난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날이다.

올해 추석에는 주변을 더 넓게 둘러보고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안부전화라도 한통 하는 것이 어떨까. 사업상 갑을관계를 떠나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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