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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통해 말에 무게를 싣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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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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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묵의 심리 게임/코르넬리아 토프 지음/장혜경 옮김/갈매나무 펴냄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멍청이!”

또다시 게임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우리 입에서는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온다. “사돈 남 말하네.”

말 그대로 미끼를 문 것이다. 여기서 미끼란 자존심의 손상이다. 상대의 도발에 자존심이 상했다고 느끼며 말로 역공을 감행하는 것이다. 반사작용이 대뇌의 활동보다 더 빨라서가 아니라, 분한 마음이 미끼를 미끼인 줄 모르고(혹은 미끼인 줄 알면서도) 덥석 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끼를 물고 게임에 동참하는 자는 패한다. 도발에 반응하는 자는 패한다. 질책에 변명으로 대응하면 패한다. 위협에 똑같은 위협으로 대응하면 패한다.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말을 받아치면 반드시 실수를 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뒤늦은 후회를 동반한다. ‘아, 그때 왜 입을 다물지 못했을까?, 왜 못 참고 입을 열었을까? 너무 빨리 대답을 던지지만 않았어도, 입을 다물고 잠깐 고민할 시간을 내기만 했어도 상황은 달라졌을 텐데…….’

누군가 우리에게 질문을 하거나 도발을 하면 곧바로 대답을 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말하기 전에 먼저 침묵할 수 있다. 일단 생각하고 그 다음에 말을 할 수도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래야 패자뿐인 게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고, 생각 없는 백 마디 말을 내뱉으며 진흙탕 싸움을 하지 않고도 우아하게 이길 수 있다.

‘침묵의 심리 게임’은 갈등 상황에서 화내고 변명하고 역공을 가하는 대신 적어도 30초 동안은 당당하고 여유 있는 자세로 침묵하면서 대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상대가 얼마나 초조해하는지 관찰해보라고 조언한다. 화내고 변명하고 역공을 가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지만 침묵의 기술이 먹혀들면 결과는 달라진다. 우리를 자극하려던 상대는 대응할 마음이 없음을 알고 자극을 중단하거나 대화를 이성적 차원으로 되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침묵은 때로 수천 마디의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지능적인 대화 기술의 비밀, 작정하고 덤벼드는 언어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심리 게임의 노하우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세 마디로 말하면 되는 대답에도 말을 멈추지 못하여 내가 가진 능력보다 저평가되고 있다면, 결국 진흙탕 싸움으로 끝날 소모적인 논쟁에 번번이 휘말린다면, 대화 도중 말이 끊기면 어색함을 견디지 못해 아무 말이나 마구 던지다 나중에 꼭 후회한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이 제안하는 침묵 커뮤니케이션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요긴한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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