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석패한 한 전 총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한 데다 당내 친노(親盧) 인사들과 중진의원들이 한 전 총리의 출마를 적극 권유하는 등 민주당의 유력 후보로 자리매김 해왔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한 전 총리, 박 상임이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자 회동을 통해 야권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한 전 총리의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총리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은 우선 야권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5% 안팎에 머무르던 박 상임이사의 지지율이 안 원장과의 단일화 효과에 힘입어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게 한 전 총리 주변의 설명이다.
다만 한 전 총리는 자신이 출마하지 않을 경우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 후보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고심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안 원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야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분위기에 힘을 보탠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나설 경우 경선 룰 협의과정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고, 경선 와중에 분란이 야기될 소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 측근은 “고민의 핵심은 당에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야권 전체를 위해 불출마를 결심했다”며 “이번에는 자신이 아니더라도 좋은 후보가 많고 지난 지방선거보다 여건이 좋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 전 총리가 오는 19일 결심공판, 10월 초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재판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데다, 자칫 잘못될 경우 야권 후보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 전 총리가 불출마 선언을 해 섭섭하지만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 개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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