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말산업육성법 통과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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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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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마민족 저력 되살릴 기회” -유상현 기미화코리아 대표

유상현 기미화코리아 대표
지난 10일부터 말산업육성법이 본격 시행됐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말산업육성법은 세계 최초의 말 대상 특별법이다. 정부는 이번 법 통과를 통해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 및 연구소를 세우고, 승마와 관련한 인프라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기마민족을 뿌리로 하는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말이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다가올 수 있는 전기다.

아쉽게도 그동안 우리의 말 산업은 너무 척박했다. 서구에서는 역사 깊고 품위 있는 스포츠 레저인 경마가 대표적인 도박의 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승마는 일부 상류계층의 전유물로 잘못 여겨지고 있다. 심지어 1980년대 영화시리즈로 말을 타는 여인(愛馬婦人)은 부정한 여인이란 황당한 이미지도 생겼다. 전통 말품종은 자취를 감췄고, 말과 관련된 많은 용품업은 고사됐다.

그러나 인류의 오랜 역사동안 말은 인류와 가장 가까운 동물이었다. 교통수단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인간과 친밀감을 나누었던 정서적 반려동물이다. 승마는 기마민족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반드시 되살려야 하는 스포츠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하는 유일한 스포츠다. 신체적 운동 효과 뿐 아니라 생명체와의 교감을 통한 정서적 효과가 뛰어나다. 성장기 청소년의 게임중독 등을 예방하고 호연지기를 길러준다.

말과 관련된 산업 역시 무궁무진한 연관 산업 효과를 갖고 있다. 말 사육 같은 1차 산업부터 말 식료품 및 용품과 관련된 2차 산업, 말 관련 레져와 관련된 3차 산업 등 전 산업군에 걸쳐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말산업 육성법에 의한 고용효과만도 2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민족에 대한 말의 존재를 다시 살려내서 애정과 관심으로 관련 산업을 부흥시킨다면 경마, 승마도 ‘사행산업’, ‘귀족스포츠’의 이미지를 탈피,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뿐 아니다. 말고기(馬肉)하면 정서상 불편을 느낄 수 있으나 사실 말은 버릴 게 없다. 육회, 샤부샤부, 햄, 육포 등 식품이나 말의 부산물인 기름, 태반, 뼈 등을 이용한 향장품 개발 등 스포츠 이외의 산업영역이 매우 넓다. 일본 구마모토시의 경우 400년 전 성주인 가토 기요마사의 예지력으로 말산업을 일으켜 말식료품, 말화장품, 말용품 등을 발전시켜 일본의 대표적 말산업 도시로 자리잡은 게 대표적 말 활용 사례다.

특히 한민족은 비유목계통 기마민족이라고 한다. 우리의 국력이 왕성했던 시기인 고구려의 군사력에도 말이 큰 존재가 되었을 정도로 말과는 가까운 민족이다. KBS 대하드라마 '광개토대왕'의 인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은 한민족 영토가 가장 방대했던 시기다. 많은 국민이 그 시대의 위상을 그리워한다.

고구려 국력이 강성했던 첫번째 이유는 군사력, 그 중에서도 기병이었다. 고구려의 대표적인 전투부대는 '개마무사(鎧馬武士)'로 불렸다. 말에 갑옷을 입힌 중무장 기병이다. 이들은 과일나무 밑을 지날 정도로 작다는 의미의 '과하마(果下馬)'라는 말을 타고, 5m가 넘는 창을 어깨와 겨드랑이에 밀착,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선봉대 임무를 맡았다. 근대전(戰)에서 탱크의 역할을 맡았다고 할 수 있다. '과하마' 역시 크진 않지만 산악지형에서도 잘 넘어지지 않고 지구력이 탁월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우리나라가 속도가 생명인 IT산업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것 역시 우리가 속도를 중시하는 기마민족의 후예의 기질을 갖고 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우리의 말 산업은 아직 척박한 환경이다. 이번 법 시행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 말 산업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이는 기마민족의 저력을 되살릴 기회기도 하다. 민족 가슴 깊숙히 자리잡은 말에 대한 열정을 다시 끄집어 내 말산업 강국으로 나가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또 만주 벌판을 말 타고 호령하던 민족 기상이 되살아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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