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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녹색성장에서 길을 찾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주목한 신에너지원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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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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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에너지원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이 많은 관심을 쏟는 분야는 바로 조류(藻類) 가운데 하나인 '이끼'인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류 에너지는 일반인에게 생소할 뿐 아니라 국내 전문가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조류, 특히 이끼야 말로 강력한 차세대 에너지원이다"고 강조했다. 구본무 회장이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 차원에서 이끼를 연구하는 이유다.

실제 구 회장은 현재 LG그룹 계열사인 곤지암수목원 내에 1만평 가량의 이끼공원을 조성, 다양한 이끼를 재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끼공원 자체는 일반인에게 입장을 허락하고 있지만 재배장 만큼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곳에는 30여종의 다양한 이끼가 재배되고 있고, 구 회장은 1개월에 한 번씩 재배장을 직접 찾을 정도다.

구본무 회장은 이끼공원을 만들기 이전에도 그룹 내 재단을 통해 이끼를 연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지난 2002년부터 그는 생태 전문가를 일본의 홋카이도로 보내 용암이 흘러내린 화산 지대에 서식하는 이끼를 조사하도록 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이끼 서식지도 살펴보게 했다. 조사를 마친 전문가의 보고를 받은 구본무 회장은 국내에서도 이끼가 잘 자랄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재단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이끼 증식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토록 한 것이다.

2004년에는 일본 생태식물학회장인 데구치 히로노리 히로시마대 교수를 초빙해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지난 1980년에 펴낸 뒤 수정·보완이 없었던 '이끼도감'을 개정하는 데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구본무 회장의 이끼 사랑과 관련, 해외의 한 조류 전문가는 "구본무 회장이 자연을 좋아하는 것은 언론을 통해 알고 있지만 단순히 관심 차원에서 이끼를 연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며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이끼의 효과'를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차세대 에너지원 개발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라는 의미다.

◇ 이끼에서 원유 뽑아내는 기업 속속 등장
이끼의 정식 명칭은 조류다. 조류는 대부분 광합성 색소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영양 생활을 한다. 생육 장소에 따라서 담수조류(淡水藻類), 해조류(海藻類)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끼는 담수조류로 번식력이 아주 좋은 것이 특징이다. 조류는 그동안 의약품과 화장품을 비롯해 건강 식품, 동물 사료 등과 같은 분야에서 많이 사용됐다.

미국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조류를 활용해 대량으로 바이오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이 연구는 화석연료(원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흐지부지됐다. 채산성과 효율성에 있어서 화석 연료와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발 비용이 과다해 시장성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20년 전의 연구 파일을 다시 펼치기 시작했다. 이처럼 조류가 바이오 연료로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농작물 가운데 가장 효율이 좋은 야자(palm)의 경우, 600배럴(년, 에이커) 정도의 리피드(lipids: 팜을 가공하여 추출한 원유. 이를 정제하여 바이오 디젤로 만든다)를 생산할 수 있지만, 조류는 최소 1만 배럴에서 최대 2만 5000배럴(연, 에이커)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키워낼 수만 있다면 지구상 최고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몇몇 해외 기업들은 이끼의 수직 재배 결과물을 상용화하는 단계까지 다다랐다.

이와 관련, 국내 한 조류 전문가는 "이끼를 대량으로 재배한 후 여기서 원유를 추출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암암리에 연구를 마치고 상용화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본무 회장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매우 기뻤다"며 "더 많은 기업의 경영자들도 기존의 태양광·풍력·지력발전 등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혀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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