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애초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반재벌 여론이 고조되자 이를 전면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딜을 통해 신뢰할 만한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음에도 상장을 장기과제로 추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 IPO에서 블록딜로 방향 급전환16일 IB(투자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 4~6월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IPO를 염두에 두고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논의했다.
이후 TF는 7월 각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9월에는 삼성에버랜드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나눠주는 등의 과정을 거쳐 12월까지 상장 절차를 완료하는 등 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버랜드를 상장하면 주주의 지분가치가 매우 커지고 매각 가격과 대상 결정에 따른 불필요한 잡음도 막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당시 재벌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증여와 상속을 비판하는 반재벌 여론이 확산해 상장 계획이 갑자기 중단됐다.
IPO를 하면 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시한 안에 끝내기 어렵다는 점도 이 결정에 반영됐다.
금융회사가 계열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25.6%를 내년 4월까지 5%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삼성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에 매각하거나, 자사주를 사들이는 방안은 순환출자 해소 등 경영쇄신과 다소 거리가 있어 선택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제삼자 매각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제삼자에게 블록딜로 매각하고 나서 삼성그룹의 비금융계열사나 오너 일가가 추후 지분을 되사는 ‘파킹’ 형식의 매매 시나리오도 증권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 장기 상장에 외국 사모펀드 관심문제는 지분 매각 대상과 가격이다. 에버랜드 지분을 특정 컨소시엄이나 여러 투자자에 매각할 수 있다. 외국 사모펀드들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에버랜드 상장을 기대하고 사모펀드들이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지분 전량을 외부 기관에 처분하기보다는 일부는 계열사에 남기고 나머지를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카드가 평가하는 에버랜드 주당 가치는 214만원이다. 매각 대상인 20.64%의 장부가액은 1조1천억원에 달한다. 상장 가능성 없이 1조원대의 대규모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상장 여부도 관심사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국내 기관이 매입에 참여할 수 있고 국외 투자자에게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가치 있다. 몇 년 후 상장을 약속하고 매각하거나 상장이 안될 때는 별도 배당을 약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입찰제안 요청서를 발송한 삼성카드는 자문사를 선정 중이지만 매각 방식이나 조건 등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증권이 유력한 주관사로 거론되고 있다. 지분 매각 때에는 삼성 증권이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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