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가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할 조짐을 보여 기관과 외국인들이 일찌감치 주식을 투매하는 사이 개미들이 이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시장 정보에 어두운 개인들이 도화선에 이미 불이 붙은 ‘폭탄종목’에 앞다퉈 뛰어든 데는 헐값에 살 기회라고 부추긴 증권사의 잘못도 크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오롱인더는 9.99% 폭락했다. 전날에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5거래일간 내림세를 지속해 30% 이상 떨어졌다.
주가폭락은 이 회사가 미국 대형 화학기업인 듀폰(DuPont)이 제기한 소송에서 졌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소재 연방 지방법원 배심원단은 14일(현지시간) 코오롱인더가 영업비밀을 침해해서 듀폰이 9억1천990만달러(약 1조12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고 평결했다.
코오롱인더가 평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충격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사 주식 비중을 최근 많이 늘렸던 개인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이달 들어 기관과 외국인이 6거래일 동안 코오롱인더 주식을 순매도했다. 위험 신호를 미리 감지하고 비중을 줄였지만, 개인은 ‘저가 매수’ 차원에서 주식을 꾸준히 사들인 게 화근이었다.
증권사의 낙관적인 전망 보고서도 개미들의 피해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부국증권은 평결 당일인 지난 14일자 보고서에서 “실적보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싸게 살 기회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3만원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를 쓴 최상도 연구원은 “시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승소할 것으로 봤고, 패소하더라도 금액이 그렇게 클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의 공시가 늦은 것도 문제였다.
코오롱인더는 지난달 말 내놓은 반기보고서에서 “소송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영업비밀 침해 여부와 손해배상금액이 결정되면 규정에 따라 즉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오롱인더는 전날 한국거래소가 언론보도에 관한 조회공시를 요구한 다음에야 답변 형식으로 소송 결과를 전했다.
회사 측은 “새벽 4시30분에 평결이 발표되자마자 언론사와 거래소에 연락을 취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평결문 원본을 입수하지 못해 자진공시는 하지 못했고, 일부 투자자가 소식을 늦게 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증권게시판에는 개미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아이디 ‘thy4****’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오전 7시 반에 개장 전 시간외거래로 주식을 사고 나서 8시가 돼서야 소송결과를 알았다. 억울하다”고 말했고,
‘spee****’는 “코스피 우량주가 이런 사단이 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손실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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