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에서는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사태로 치닫게 될 가능성을 대비, '질서있는 디폴트'로 몰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고 미국은 유럽에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질서있는 디폴트는 그리스가 채무 불이행 사태에 처했음을 인정하고 손실 방어와 자본 충당을 준비하면서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는 이달말 또는 내달 초 예정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구제금융 6차분(80억 유로)을 지급받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가이트너 "유럽, 위기 확산 방지 방화벽 만들어야"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유럽이 더욱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를 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유럽을 압박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유로존 위기를 "세계 경제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유럽 국가들에 대해 유럽중앙은행(ECB)과 함께 나서서 "추가적인 위험이 확산되지 않도록 방화벽을 즉시 만들라"고 촉구했다.
그는 "연속적인 디폴트와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재앙적인 위험의 위협이 사라져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이런 위협은 유럽은 물론 전세계의 모든 (경제회복)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단호하고 결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유럽 지도자들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질서있는 디폴트' 주장 확산
유럽에서는 그리스 위기가 악화할 가능성을 대비해 그리스의 '질서있는 디폴트'를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그리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주간의 시간이 있다"면서 프랑스에서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독일 재무부의 한 당국자는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로존 다른 부국들은 현재 그리스의 '질서있는 디폴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사국인 그리스의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리스 국채에 대한 50% 상각과 함께 질서있는 디폴트를 하는 것도 그리스 위기 해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獨 메르켈 "그리스 퇴출시 도미노 우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는 29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에 대한 연방의회 표결을 앞두고 그리스 구제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올덴부르크에서 열린 기독교민주당(CDU) 지역 모임을 방문, "그리스가 부채를 줄이지 못해 유로존에서 퇴출당하면 다른 국가로 도미노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따라서 그리스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기 위한 모든 제안에 대해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을 고려해서 포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르켈은 25일 이례적으로 한 독일 공영 방송 토크쇼에 출연, 유로존 문제 해법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으로 독일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연방의회의 유럽재정안정기금 확대안 승인 여부 표결을 앞두고 메르켈이 그만큼 절박한 상황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