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와 마찬가지로 '푸틴 사단'의 핵심 멤버로 통하는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 겸 부총리(51)다.
◇내부자의 첫 반란 =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쿠드린 장관은 24일(미국 동부시간) 메드베데프와 푸틴의 자리 교체를 핵심으로 한 차기 권력 구도 결정이 알려진 후 한 기자회견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총리가 돼 이끌 내각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새 내각에선 내 자리가 없다"며 "아무도 내게 자리를 제안하지 않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메드베데프와) 나의 이견이 이 내각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만일 새 정부에서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당연히 거절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와 메드베데프 사이엔 경제 정책과 관련해 많은 이견이 있다"며 "특히 군사비 지출 확대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털어놨다.
쿠드린 장관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201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현재보다 650달러나 늘리려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 정부 예산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 추가적 위기를 초래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쿠드린 장관은 2000년부터 재무장관을 맡아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이후의 러시아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의 10% 내 규모로 줄이는 데 성공하는 등 재정 건전화에 주력해 왔다.
쿠드린은 "(2008년) 위기 전 예산은 배럴당 90달러의 유가에 맞춰 조정됐으며, 올해는 배럴당 109달러, 내년엔 배럴당 112달러에 맞춰져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예산 지출 증대는 유가에 대한 예산 종속성을 지속시킬 것이며 이는 국가 경제를 위해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2008년 시작된 연금 시스템 개혁도 끝까지 마무리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의 개혁이 성공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장관은 최근 하원 연설에서도 재정 균형을 위해 세금을 늘리든지 아니면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든지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국정 모토로 주장해온 '국가 현대화' 작업이 막대한 추가 예산 수요를 발생시키면서 재무부의 재정 균형 확보 정책과 충돌을 빚고 있는데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오히려 푸틴 총리가 대통령이 되면 (재정 건전화) 개혁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장관은 "푸틴은 아주 신중하게 문제들을 느끼고 그것에 반응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구조적 개혁 등을 포함해 경제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들도 느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푸틴 사단' 핵심 멤버 = 쿠드린은 메드베데프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 초반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정부 시절부터 푸틴과 함께 일했던 '푸틴 사단'의 핵심 인사다.
푸틴이 대통령에 취임한 2000년 5월부터 재무장관직을 맡아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수 각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 푸틴이 크렘린에 복귀하면 그를 대신해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그가 현직 고위 정부 관료 가운데 유일하게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의 결정에 반기를 들면서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메드베데프와 쿠드린의 갈등이 하루아침에 불거진 것은 아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내각 회의에서 여러 차례 쿠드린 장관을 비판했다. 2009년 한 내각회의에서는 쿠드린이 대화 상대에게 무례하게 대한다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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