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세 도입 탄력 받나

역내 GDP감소 예상 등 일부 반발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오는 2014년부터 주식, 채권, 파생상품 거래시 금융거래세(토빈세)를 도입하기로 하고 세부안을 제시하면서 그간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금융거래세 도입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EU, 2014년 금융거래세 도입 공식 제안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EC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14년 1월부터 EU 내 27개국 전체에 대해 금융상 거래에 최소한의 세율을 적용할 것이며 주식과 채권 거래에 0.1%, 파생상품 거래에 0.01%의 세율을 매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입 방안은 금융기관 거래 당사자들 가운데 어느 한 쪽이라도 EU 회원국이라면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는 계획으로 외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하지만 현물 외국환 거래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성명은 "세금은 역내에서 일어나는 금융기관간 거래의 85% 정도에 적용될 것"이라며 "현재 1만 유로 주식거래시 10유로를 수수료로 내는 것을 감안하면 은행들에게도 과도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과 중소기업 등에 대해서는 이번 부담금 적용을 배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거래세 도입안은 그간 EU 내 최대 경제국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지난달 프랑스와 독일은 유로존 재정위기 대응방안 중 하나로 금융거래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영국, 스웨덴 등 반발 해결이 관건
WSJ는 하지만 도입안이 유럽과 스웨덴 등 일부 국가의 반대에 맞서고 있어 추진이 어렵다는 데 주목했다.

상당수 국가들은 애초에 단기성 투기자본(핫머니) 거래를 막아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EU 내 일부 국가와 금융권이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세금 도입의 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 금융거래세가 세계적으로 도입하는 경우에만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영국 재무부 대변인은 세금 도입 원리에는 이의가 없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안드레스 보르그 재무장관도 "그간 경험을 고려해봤을 때 세계적으로 금융거래세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유럽 금융시장은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채권과 파생상품에 세금을 매긴 경우 금융 거래가 영국 등 해외로 대부분 이전됐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융거래세가 적용되면 역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EC는 이 금융거래세가 도입되면 연간 570억 유로(약 90조7000억원)가 걷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알저다스 세메타 EC 세금 담당 위원은 "장기적으로 역내 GDP가 0.5% 감소할 수 있다"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