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밤 전격 회동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면담 결과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자리를 떴다고 한다.
가장 큰 쟁점은 그리스 구제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문제다. 시장에서는 약 2조 유로 정도의 EFSF 확충을 기대하고 있다. 유럽 금융기관들이 포르투칼,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및 스페인에 물린 채무가 약 2조2000억 유로에 이르기 때문이다. IMF가 약 2500억 유로를 지원할 태세이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최악의 상황은 당장 벗어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독일의 반대가 여전하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서 2조 유로가 합의되었다고 했지만, 독일은 여전히 이를 부인하고 있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19일“EFSF 재원을 최대 1조 유로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23일 유럽 정상간 회의에서 결정적인 해결책을 찾기란 힘들 것”이라고 거듭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다음 주가 되어도 이번 주말 독일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이는 2조 유로의 기금 확충을 바라는 시장의 기대가 충족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FSF 운용방식도 각 나라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독일은 간접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프랑스는 직접 보증 이후 채권을 팔아 ECB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게 하자는 주장이다. 그 동안 EFSF를 재정위기 국가의 채권 발행을 직접 보증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를 간접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K)는 19일 “유로존이 EFSF의 지원금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식은 EFSF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 국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하면 채권자에게 보상하게 된다. 레버리지 효과에 따라 재정 위기 국가가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 등 디폴트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채권을 대량으로 쥐고 있는 대형 금융기관들과 해당 정부들의 이해도 맞물려 있다. 이들은 기존 투자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구제 및 향후 대책을 원하고 있다. EFSF 자금 조달과 운용 방식에 대한 서로 다른 이견의 배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IMF-EU-ECB의 합의에 따라 그리스 채권에 대한 손실 부담율이 최대 5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도 나왔다. 지난 7월 이들의 합의 수준은 약 21%에 불과했다. 세 달 사이에 두 배나 늘어났으며 그리스 채권을 많이 보유한 프랑스가 가장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
이 밖에도 이번 정상회의 결과를 어둡게 하는 요인은 많다. 스페인은 자국 은행들의 자본 확충 강제를 반대하고 있다. 스페인은 18일 무디스로부터 국가 신용등급을 두 단계나 강등당했다. 프랑스도 향후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통보를 받는 등 국가 신용등급이 악화일로에 있어 적극적인 구제책에 나설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
[워싱턴(미국)=송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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