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약가 인하 방안에 따르면 제약업계는 내년 한해에만 2조50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2010년 기준 제약산업 규모가 12조8000억원인 점을 고려할 때 매출액의 4분의 1이 사라지는 것이다.
복지부가 지난 8월 12일 첫 발표한 인하 방안 보다는 4000억원 가량 줄어든 수치지만 제약사들은 여전히 심각한 경영난을 우려하고 있다.
◆ 전문약 비중 높은 대형사 손실 커
약값 인하 정책은 제약사 가운데도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이 높고, 오리지널 의약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퍼스트 제네릭(첫 복제약)이 많은 대형 제약사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3일 제약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이번 정책 시행으로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의 내년 매출은 올해에 비해 7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제약은 전문약이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액 규모는 올해 보다 7.6%, 영업이익은 19% 각각 줄어들 전망이다.
대웅제약의 내년도 매출은 6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감소율은 8.3%, 영업이익 감소율은 21%으로 예상된다.
전문약의 매출 비중이 81%에 이르는 한미약품은 480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 규모는 올해에 비해 9.1%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무려 86%나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종근당 역시 상황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종근당의 내년 매출은 480억원 가량 줄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9%, 18% 감소할 전망이다.
◆ 110년 제약사 첫 생산 중단 결정
약값 인하로 인한 타격이 심각하자 그간 정부 정책에 온건한 경향을 보였던 제약업계의 자세가 달라졌다.
한국제약협회는 지난 2일 이사장단 회의를 갖고 하루 동안 의약품 생산을 중단하고 총궐기대회를 갖기로 했다.
110년이 넘는 한국 제약 역사상 제약업계가 모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고,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김연판 제약협회 부회장은 “정부에 단계적 약가 인하와 인하폭을 완화를 요청했지만 일괄 인하를 원안대로 강행했다”며 “궐기대회 등을 통해 제약산업의 현실을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계는 임채민 복지부장관 면담, 복지부와의 워크숍 등을 통해 업계의 요구를 수차례 전달했다.
215개 협회 소속 제약사 직원 8만명이 참여하는 이번 총궐기대회는 20일 이후 여의도나 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다.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약가 인하 고시에 대한 헌법소원과 함께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1일 행정예고된 약값 인하 고시는 올해 안에 내용을 확정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기등재의약품은 내년 1~2월 재평가를 거쳐 4월 1일부터 인하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