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의 역사를 가진 장비의 측백나무
10만 그루의 측백나무가 거대한 숲을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취운랑은 푸른 측백나무가 구름처럼 회랑을 이룬 곳이라는 뜻이다.
쓰촨(四川)성은 일조량이 적어 그늘에서 잘 자라는 측백나무를 심기에 적당하다. 또 측백나무는 대표적인 장수목이다. 취운랑에도 수령이 2000년 이상 된 나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취운랑이 삼국지 유적 탐방의 여정에 포함된 것은 혼자 능히 만명에 대적할 수 있다는 만인지적(萬人之敵)의 장수 장비(張飛)가 이 숲을 조성했다는 전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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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촉(蜀)의 도읍이었던 청두부터 자신이 지키던 낭중까지 이어지는 길을 표시하기 위해 심었다는 측백나무 숲, 취운랑. |
쓰촨성 광위안(廣元)시 일대 측백나무 숲은 역사적으로 세차례의 조림사업을 거쳐 형성됐다.
1차 조림사업은 진(秦)나라 때 이뤄졌다. 쓰촨성의 옛 지명인 촉(蜀)으로 들어온 진나라 군대가 나무를 심어 길을 표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수백년간 이곳의 측백나무가 건축 자재로 활용되면서 숲이 황폐해졌다.
이에 장비가 광위안에서 청두까지 이어지는 길을 새롭게 표시하기 위해 2차 조림사업에 나섰다.
3차 조림사업은 9세기 북송(北宋)의 황제 인종(仁宗)의 지시로 시행됐다.
유비는 익주(益州, 촉의 다른 이름)를 점령한 뒤 장비를 낭중(閬中) 태수로 임명한다. 장비는 7년간 낭중을 지키며 측백나무 식수(植樹) 작업을 실시한다.
이처럼 사려 깊은 대비를 한 것을 보면 장비가 단순하고 우직하며 힘만 가진 장수가 아니라 지략도 뛰어난 지장의 면모를 갖췄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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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속 영웅인 장비가 심은 것으로 알려진 취운랑(翠雲廊)의 측백나무 숲. 장비 석상의 호탕한 웃음을 보며 잠시 18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
현재 남아있는 측백나무의 평균 수령은 700~800년.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진 황백(皇柏)은 수령이 3000년에 직경은 2.4m에 달한다.
재미있는 것은 현지 주민들이 각각의 측백나무에 삼국지와 관련된 고사를 지어내 이름을 붙인 점이다.
결의백(結義柏)은 유비와 관우(關羽), 장비 등 3형제가 도원결의를 맺은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나무다. 이 나무는 뿌리가 하나지만 가지가 세 갈레로 나 있다. 실제로 유비와 장비가 이곳을 수차례 찾아다고 전해진다.
아두백(阿斗柏)은 유비의 아들이자 촉한의 후주(後主)인 아두가 나라가 망한 후 뤄양(洛陽)으로 압송되면서 이 나무 밑에서 비를 피했다는 고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아두가 망국의 서러움을 기억하지 못하고 위(魏)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이 이 나무를 베어버렸다고 한다.
부부백(夫婦柏)은 당대의 명사인 황승언(黃承彦)이 제갈량(諸葛亮)에게 자신의 딸을 주고 사위로 삼은 고사를 표현한 나무다.
촉한이 멸망하고 장비가 서러운 죽음을 맞은지 1800여년이 흘렀지만 삼국지의 감동이 여전히 후세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듯 해 가슴 한켠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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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심은 것으로 알려진 수령 1500년 이상의 측백나무. 나무 옆에 장비백(張飛柏)이라는 표석이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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