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머니마켓펀드(MMF)로 한 달 만에 14조원 가까이 유입됐다.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법인자금이 13조원 가량 유입됐다. 하루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유럽 사태에 갈 곳을 찾지 못한 시중자금들이 단기 부동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지난 4일까지 MMF로 13조6010억원이 유입됐다. 4일 기준 MMF 설정액은 69조8229억원으로 지난 1월25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일에는 하루에 2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유입되기도 했다.
자금 유입을 주도하는 것은 연기금 금융업체 등이 속한 법인이다. 법인 자금은 1개월 만에 13조7113억원 증가했지만, 개인은 1043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의 자금뿐 아니라 기업자금도 상당수 MMF로 유입됐다.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들은 물론 기업들의 잉여자금도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국고채 3년물 지표금리는 전날 기준으로 연 3.41%에 장을 마쳤다.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물론 단기금리인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국채로 자금이 몰린 결과다.
기업들도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10월 말 MMF 설정잔액 증가는 부가세 납부로 늘어난 국고자금 일부가 MMF로 집행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MMF는 6개월 이내 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1년 이내의 채권과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사실상 현금에 가깝다. MMF는 수시로 빼낼 수 있는 특징이 있는 만큼 언제든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으로도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가 쉽게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들이 단기상품인 MMF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옮겨가면서 향후 1분기 내 이탈리아 정부가 가시적인 긴축이행의 성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유럽대륙 전체가 심각할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부 관계자는“유럽위기가 쉽사리 해소되지 않자 기관 투자자들이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들도 안정적인 현금 확보를 위해 일단 MMF로 자금을 집행하고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혜준 대우증권 펀드 연구원도 “시장을 관망하는 기관들이 많아지면서 당분간 현금성 자산인 MMF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며 “입출금이 쉬운 MMF 특성을 이용해 불안심리 해소 이후 투자를 위해 잠시 쉬어가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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