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한나라당에서 이른바 ‘물갈이론’이 다시 등장하면서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내년 총선의 승리 전략으로 대대적인 외부인사 영입을 성사시켰던 지난 1996년 15대 총선과 고령의원 20여명이 스스로 출마포기를 선언했던 2004년 17대 총선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내용의 내부문건을 만들어 보고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이 앞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76· 6선) 의원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는 만큼 이번 문건이 이 의원을 다시 한 번 겨냥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역시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1년 단위로 선수가 바뀌는 프리미어리그의 예를 들며 “(내년 공천에서)최대한 많이 바뀌는 게 좋다”고 말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도 전날 “서울 강남이나 영남지역에서 50%이상 물갈이해야 한다”며 ‘물갈이론’에 힘을 보탰다.
차기 잠룡 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이 공천개혁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 집중된 TK(대구경북)의원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계파간 공천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해당 의원들은 강한 반발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일부는 즉답을 피하며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물갈이론’과 관련, “순서가 잘못됐다. 지금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영남의 대표적 중진 의원이자 친박계인 홍사덕(6선· 대구 서구)의원은 “다 좋은 이야기”라며 즉답을 피했고, 강남을 지역구로 둔 이종구(재선· 강남구갑)의원 역시 “할 말이 없다”며 입장 밝히길 꺼렸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15·17대 총선 당시가 한나라당에 불리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다가올 내년 총선과 유사점이 있는 만큼 여의도연구소의 이번 문건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유능한 인재를 데려 올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인물론’을 이야기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물갈이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물갈이론’을 이야기하는 당사자도 기득권을 버리지 않은 채 ‘바꿔야 한다’는 주장만 하는 한 밖에서는 공천권 다툼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