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이날 SK그룹 지주회사와 주요 계열사, 관련자 자택 등 10여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선물투자 손실보전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들이 10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13시간 넘도록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사옥과 중구 을지로2가 SK텔레콤 빌딩,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사옥 등에 수사관 100여명을 투입해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또 SK홀딩스와 SK가스 사무실 등에서 최 회장의 선물투자 및 SK그룹 계열사의 창업투자사 투자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회계장부와 금융거래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최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관련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SK그룹 상무출신 김준홍(46)씨가 대표로 있는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SK그룹 계열사들이 약 280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투자금 일부를 유용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이 자금 중 일부는 최 회장의 개인 선물투자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 회장 일가가 횡령한 금액이 2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또 최 수석부회장이 상당한 액수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번 SK그룹 수사는 글로웍스 박성훈(44) 대표의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박 대표가 몽골 보하트 금광개발 등 호재성 허위정보를 유포해 글로웍스의 주가를 띄운 사건을 수사하던 중 김준홍씨가 이에 공모한 정황을 파악하고 지난 3월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사무실 금고에서는 175억원 상당의 수표가 발견됐으며 이 중 약 173억원이 최 수석부회장의 돈으로 드러나 검찰이 자금 추적에 나섰다.
또 국세청의 SK그룹 세무조사에서 최 회장이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1000억원대 손실을 본 사실이 드러나면서 SK그룹 계열사들이 베넥스 창투조합에 투자한 돈 일부를 최 회장이 개인 투자에 쓰거나 손실금액을 보전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유럽 출장 중이던 최 회장은 계열사 압수수색 소식에 이날 오후 급거 귀국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자료를 바탕으로 SK그룹 관계자 등을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한 뒤 최 회장과 최 수석부회장 형제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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