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 총리는 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국제금융포럼(IFF)의 국제자문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현지 특파원들을 만나“IMF가 유럽과 아시아에 적용하는 구제금융 조건이 다르다”면서 “IMF가 한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금융위기 당시 운용했던 구제금융 조건은 최근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에 적용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매정하고 가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의 지도자들은 (IMF의)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해 아시아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마음의 상처가 어떠했는 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IMF가 그리스에 대해 ‘솜방망이’ 구제금융 조건을 적용하는 것은 (서양 문명의 원천인) 희랍문화에 대한 동정심도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아울러 “그리스의 금융위기가 스페인, 이탈리아 혹은 다른 유럽 국가에 전파되지 않도록 국제적 노력을 하면서도 위기 촉발과 전혀 관련이 없는 아시아나 신흥공업국으로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아시아는 금융위기 때 피눈물나는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경제회복과 개혁의 기반을 다졌으며 그리스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문제의 유럽 국가들은 아시아를 교훈 삼아 경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 전 총리는 “모든 금융위기는 시장의 신뢰회복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최종 대부자인 중앙은행이 대단히 중요한 기관”이라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역할이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시아도 최근 국제금융위기의 부정적인 영향에서 비교적 벗어나 있다는 사실에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IMF를 비판하려는 것이라기보다 그리스와 아시아에 적용했던 구제금융 조건의 괴리와 차별을 지적함으로써 앞으로 IMF를 포함한 국제금융 질서의 재편과 개혁에 이바지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IMF의 구조개편과 관련, “현재의 IMF 지분 구조는 그동안 회원국들의 위상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브라질, 한국, 터키, 인도네시아 등의 위상이 재평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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