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는 무턱대고 투자를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국이 승인한 프로젝트를 백지화 할 경우 중국 내 다른 사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10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는 최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 현지 LCD공장을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쑤저우공원구 안에 7.5세대 LCD공장을 착공했다. 하지만 장비발주 소식은 아직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LCD공장을 8세대로 변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광저우에 8세대 LCD공장을 착공하기로 했지만 시황 부진으로 착공 시기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연내 착공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삼성과 LG가 지난해 현지 LCD공장 유치를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펼친 것과 달리 현재는 개점휴업 상태"라며 "이재용 사장 등 최고위층이 직접 나설 때는 언제고 지금은 손을 놓고 있다는 당국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삼성은 중국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기공식은 했지만 이후 진척되고 있는 없다"며 "LG의 경우는 발개위 승인을 획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어 현지에서는 프로젝트 백지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에서는 삼성과 LG가 투자에 소극적일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발개위가 허가한 프로젝트에 대해 해당 기업이 투자를 축소하거나 취소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세무조사, 이전가격조사 등의 방법으로 투자를 취소한 외국 기업들에게 보복성 조취를 취했다. 또 관영 언론을 이용해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적도 있다.
삼성과 LG는 중국에서 핸드폰·TV 등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언론을 동원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지적했다.
삼성과 LG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지 분위기를 잘 알고 있지만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LCD시장은 10~15% 가량 공급과잉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LCD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주요 제품인 32인치 TV용 LCD 패널의 10월 가격은 125달러로 지난해 152달러보다 18% 가량 떨어졌다.
전망도 밝지 않다. 생산된 LCD의 70% 가량은 TV에 사용된다. 미국·유럽의 재정위기로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TV 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다. 대부분의 LCD업체들은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공장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줄여 투자를 최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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