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기준이 3원화 된 국민건강보험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이나 재산권에 위배된다고 헌법 소원으로 시달릴 수밖에 없다.”(2011년 11월)
김종대 신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발언이다. 그는 직장·지역 건강보험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김 이사장은 1989년 보건복지부 근무 당시 여야 만장일치로 합의된 통합의료보험법안에 대해 무산시키려 했다.
복지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있던 1999년에는 건강보험 통합을 반대하다 직권 면직됐다.
그는 취임식이 열린 지난 15일 ‘평등권 위배’ 등을 거론하며 이런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줬다.
김 이사장은 이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진실됨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며 "반드시 공정한 단일의 보험료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다음날인 16일에는 사내 게시판에 12년 전 통합을 반대하며 썼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전국사회보험노조에 따르면 게시판에는 의료보험과 공·교(공무원과 교직원) 의료보험의 통합, 직장 의료보험까지의 완전 통합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김 이사장의 글이 포터블 도큐먼트 형식(PDF) 파일 형태로 첨부돼 있다.
이 글은 당시 항명 파동을 일으킨 김 이사장이 면직되면서 남긴 글이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건강보험 기준 통합의 위헌 여부를 두고 심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은 지난 2009년 건보 재정 통합으로 인해 직장가입자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떠안고 있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다음달 8일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다. 판결도 이르면 다음달 있을 예정이다.
헌재가 건강보험 재정 통합을 위헌으로 판결하면 현재의 건보 체계는 과거 조합방식으로 회귀해야 한다.
김 이사장은 통합된 건보공단을 6대 지역으로 나눠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통합 반대 소신을 아직 전혀 굽히지 않고 오히려 조합주의 신념이 더욱 고착화됐다”며 "특히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단 내부에서 이사장의 발언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건보통합 위헌 소송에서 방어 변론을 해야 할 법무지원실, 재정관리실은 물론 징수 등 다른 부서 직원들도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이 공단 이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임명을 반대해왔던 야당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지난 17일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임명과 관련한 서면브리핑을 통해 “김 이사장의 임명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유도해, 통합 건강보험을 해체하기 위한 청와대의 사전 준비였다면 국민적 저항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단일의 보험료 부과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맞지만 직원들의 실무를 못하도록 압박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공단의 해명에도 불구, 김 이사장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상 그를 둘러싼 반발과 구설수는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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