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이 가결돼 큰 짐을 덜어낸 듯한 그의 얼굴은 지난번 기자단 티미팅에서 봤을때보다 한결 밝아져 있었다. 금연한지 1년이 채 안됐지만 금연 덕이라는 그에게 한미 FTA비준안 가결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을 시작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음은 김 본부장관의 일문일답이다
-오랫동안 끌어왔던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됐다. 지금 심정은.
"22일 텔레비전을 보고 알았다. 한·EU때도 그랬는데 막상 되면 기쁠 것 같지만, 큰 고비를 넘겼어도 특별한 감회를 갖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었다. 22일 저녁에 직원들과 저녁이라도 함께 할까 했는데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과의 아침 회의가 잡혀있어 회의자료 작성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마음 고생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다 놓아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2008년 6월 쇠고기 재협상때다. 외교통상부 청사 앞이 아주 엉망이었다.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웃음)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장관급 인사로 현 정부에서 유일하게 유임됐다. 한미 FTA 비준안 통과까지 부담은.
"능력이 있어 유임된건 아니다. 세밀한 파악이 필요한 분야이고 지연되는 과정에서 오래 이 자리에 있게 된 것 같다. 내용이 복자해 간추려 설명하려면 우선 세세한 파악이 필요하다. 상대국과의 협상 과정도 쉽지 않고 또 국내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반론에 설명을 해야하고. 잘했단 말을 듣기 어렵기 때문에 인기있는 직종은 아닌것 같다."(웃음)
-드러나지 않은 지지자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정계 진출 얘긴 없나.
"떨어지라고 출마하란 사람이 있을 순 있겠다.(웃음) 가끔가다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고맙다. 정치권가면 질의 답변하고 반대하는 사람들과 만나는게 대부분, 이해해주는 사람에겐 고맙지만 나는 출마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매서운 눈매 때문에 ‘검투사’란 별명이 있다. 맘에 드나.
"한번도 칼을 들어본적 없다. 나쁘게 칼 쓰란 얘기가 아니라 죽기살기로 하라는 의미라 괜찮다. 사실 내 눈매 매섭지 않지 않은가."(웃음)
-ISD 조정 정말 가능한가, 어떤 식으로의 조정인가.
"그동안 그 많은 나라가 유지 발전시켜 온 제도를 두고 국내에서 왜 이러는지 아쉽다. ISD는 글로벌스탠더드다. 협의를 위한 장은 이미 만들어 져 있다. 우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보고 법무부 등 관련 정부기관과 그리고 전문가들과의 협의도 90일이면 그런 준비는 가능하다고 본다."
-ISD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3가지 이유가 있더라. 외국인 투자를 보는 시각의 차이와 사법주권 철폐, 우리의 공공정책이 도전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우려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가 우리 경제에 대한 침탈 식민이란 생각과 무역·투자 자체에 대해 경제에 도움이 될지 극단적 의구심을 갖는 거다. 사법주권의 침해라는 주장도 너무 국수주의적 발상으로 보인다."
-한중 FTA 협상개시를 언급했다. 중국도 한중 FTA에 적극적인데.
"협상개시의 정확한 시점은 말하기 어렵다. 우리경제는 교역·투자 등 해외 의존도가 크다. 그 중 중국과의 비중은 상당하다. 중국이라는 나라만 놓고 봤을때 우리에겐 위협적이면서도 기회의 나라다. 이를 기회로 살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지정학적 이유를 들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FTA를 체결하고 거대 경제권인 미국과 EU와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등 이를 병행해서 가는게 바람직하다. 경제관계에서 지정학적 전략인 셈이다. 미국과 EU도 우리나라의 작은 내수시장만 보고 우리와 (FTA)를 맺진 않았을 거다. 많은 나라들이 FTA를 경제적 효과는 물론 전반적 대외전략의 맥락에서 검토하다 있다."
-한중 FTA는 한미 FTA보다 농산물 분야에 따른 후폭풍 클 것 같다.
"제도적으로 불투명·불확실성의 중국과 체결을 앞두고 민감 품목 등에 신중해야 한다. 중국은 GDP 규모가 세계 2위이다. 우리로서는 지리적으로 가까이 위치한 중국을 기회로 또 활용해야 한다. 양국간 상호 민감한 분야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대한 양해가 성립되면 협상을 시작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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