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EU 정부는 연비 및 배기가스, 기술표준, 인증제도 등 기준강화를 통해 자국 완성차업체 보호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회사별 판매 차량의 평균연비 기준을 현재 27.5mpg(11.7km/ℓ)에서 2016년까지 34.1mpg(14.5km/ℓ), 2025년까지 54.5mpg(23.2km/ℓ)로 높일 것을 발표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 차종이 매년 5%씩 연비를 향상시켜야 한다.
미국 정부는 새로운 연비 기준에서 경트럭(SUV·픽업트럭) 세그먼트는 별도로 분류했다. 경트럭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3.5%씩 연비효율성을 높여야한다. 이후 2025년까지 개선율은 5%로 규정했지만, 이것도 ‘가능할 경우 적용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경트럭 부문 연비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서 GM·포드·크라이슬러의 경트럭 판매비중은 60~80%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친환경 자동차 구매 보조금도 한쪽으로 편중됐다. 미 정부는 전기차, 연료전지차와 함께 하이브리드 픽업트럭을 구매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해당 차종은 GM 볼트, 닛산 리프와 곧 출시될 포드 포커스EV가 있다. 반면, 유럽 완성차들이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클린디젤차는 제외됐다.
EU의 경우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높이고 있다. EU는 오는 2014년 새로운 배기가스 배출기준인 유로6(EURO6)를 시행할 예정이다. 유로6는 현행기준인 유로5보다 질소산화물과 입자상물질 배출을 각각 80%와 67%씩 강화했다.
EU는 1993년부터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유럽 업체들도 이 같은 정책에 맞춰 엔진을 비롯한 매연여과장치(DPF),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등 배기가스 저감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유럽 상용차시장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배기가스 배출기준이 높은 진입장벽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문가들은 배기가스 배출과 관련된 유럽과 국내 기술격차를 5년 정도로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지난 2008년 유로5 기준에 부합하는 ‘R엔진’을 최초로 선보였다. 2500억원이 투입된 R엔진 개발에는 3년 반의 시간이 소요됐다. 당시 유럽 제조사들은 유로5보다 높은 ‘EU 친환경자동차 기준(EEV)’을 충족시키는 신차를 출시하고, 유로6 엔진을 개발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높은 관세장벽은 현지생산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미국과 EU의 비관세장벽은 지속적인 기술개발 밖에 없다”며 “향후 전기차, 연료전지차 등 차세대 자동차와 관련된 새로운 기술 장벽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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