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도 양약수술 못지않은 안면 바꾸기가 진행되고 있다. 주인공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등 이른바 부자들에 대한 세금에 대해 ‘세금폭탄’을 외치면서 집권에 성공했다. 그리고 집권 이후에는 ‘감세’를 주요 정책의 화두로 던지고 밀어붙였다. 그랬던 그들이 집권말기인 지금 정 반대편에 있는 ‘증세’로 돌아서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27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복지예산 증액과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등 이른바 부자 증세안에 대한 논의를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다는 말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철학, MB노믹스의 중추로도 불리는 ‘감세’는 철회를 넘어 ‘증세’로 돌변하고 있다.
이 대통령 스스로 자아를 뒤집는 변화에 동조할 정도로 세상은 많이 변한 것일까. 한나라당은 안면 변화의 배경으로 복지수요 급증과, 재정건전성 문제를 내세운다. 그러나 이면에는 ‘부자정당’ 이미지의 탈피라는 정치적 목적이 버티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어려움을 겪는 요인 중의 하나가 ‘부자정당’이라는 이미지”라고 꼽고 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한 것이 안면변화의 근본적인 이유다.
당장 내년 봄에 총선이 있고, 연말에는 대선이 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서 서민들에게 나눠준다니 표심을 사로잡기에는 안성맞춤인 전략이다.
문제는 파격적인 변화에 대한 후유증이다. 양악수술은 얼굴에 파격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만 이후 얼굴신경이 마비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증세에는 복지수요 증가와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명분이 있다지만, 현재의 단순한 증세안으로는 1조원의 세수확보도 장담하기 어렵다. 여야 정치권이 늘려잡은 지역구 예산만 3조원이 넘는다. 이미지 탈피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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