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대상 품목 개편이 정부가 주도적으로 한데다 일부 가중치 변화 등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추후 공공요금 인상 등이 기다리고 있어 실제 물가인하에도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안에 따르면 조사품목에서 캠코더와 전자사전, 금반지 등이 빠지고 스마트폰이용료, 인터넷전화료, 떡볶이, 삼각김밥 등이 추가됐다.
맞벌이와 단독가구 증가, 건강 및 여가활동 증대 등 소비생활의 행태변화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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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새 물가지수를 반영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종전보다 크게 낮아진다는 점이다. 올해 1~10월 물가상승률은 종전 물가지수에서는 4.4%였지만, 새 물가지수에 대입하면 4.0%로 0.4%포인트나 떨어진다.
통상의 물가지수 개편 시에도 0.1~0.3%포인트의 물가하락효과는 있지만, 이번에는 무려 0.4%포인트가 하락했다. 개편 후의 물가상승률 4.0%는 마침 정부가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로 내세운 4.0%와 정확히 일치한다. 인위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1995년 개편 때에는 0.1%포인트, 2005년 개편 때에는 0.2%포인트의 물가상승률 하락효과가 있었다. 0.4%포인트 하락효과는 최근 20년간 5차례 지수개편 중 가장 큰 폭이다.
정부가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우기종 통계청장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4%를 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경제이슈로 떠올랐는데 지수개편으로 하락효과가 있다 보니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오비이락’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금반지 빼고, 쌀 가중치 낮추고, 고등어 크기 줄이고
이번 물가지수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금반지의 품목 탈락이다. 금반지 탈락만으로 물가상승률을 0.25%포인트 떨어뜨리는 효과가 발생했다.
그만큼 금이 가진 가격변동성과 물가왜곡이 컸다는 증명일수도 있다. 하지만 유독 가격이 오른 품목만을 이번 지수개편에서 제외시킨 것은 논란이 되고 있다.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쌀의 경우 가중치를 14.0에서 6.2로 절반이하로 줄였고, 소주는 9.4에서 5.0으로 줄였다. 그 밖의 농수축산물의 가중치는 전반적으로 하향조정됐다.
통계청은 “가중치는 소비지출액이 상승해야 커지는데 쌀은 소비량이 14%에서 6.2%로 줄었고 1인당 소비량도 줄었다. 앵겔계수가 올라갔다 하더라도, 소비지출이 이전 개편 때보다 적으면 가중치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현재 쌀값이 과거보다 비싸더라도 총 소비지출액이 줄면 가중치가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현실물가 반영이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고등어의 크기와 수박의 크기 등 기존 물가지수 조사품목의 크기를 줄인 것도 마찬가지 논리다.
◆ 국제기준 왜 이제야 적용했나
이번 지수개편의 또 하나 특징은 국제기관의 권고를 적극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가장 큰 폭의 물가상승률 변화를 주고 있는 금반지의 탈락은 금을 자본으로 봐야 한다는 국제통계기준(SNA)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ILO(국제노동기구)의 권고로 가중치 모집단을 1인 이상 도시가구에서 1인 이상 전국가구로 확대했다.
또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 측정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방식을 받아들여 식료품과 에너지도 제외키로 했다. 국제 비교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금의 경우 이미 1994년부터 국제통계기준에서 빠져있었지만 왜 이제야 국내 기준에 반영했는지는 논란이 되고 있다. 모집단을 전국가구로 확대한 것도 도시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감안하면 물가지수를 하락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인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수치 계산방법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물가지수를 낮추더라도 현실물가는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은 11월 1133원선까지 올랐고, 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은 배럴당 평균 97달러로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다. 최근에는 시내버스 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 등 공공요금 인상도 줄을 잇고 있어 4%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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