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1920년대 나온 현진건의 소설 '운수좋은 날'을 기억하는가. 인도 캘거타에서 현대판 '운수좋은 날'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 끄는 운송수단으로서의 인력거는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인도의 캘커타에는 남아 있다.
영화 '시티 오브 조이' 배경으로 유명한 캘거타는 '기쁨의 도시'라는 이름과 달리 400만명의 극빈자들이 지독한 가난에 도전하고 있다.
지열 70도의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달리는 인력거들의 치열한 삶을 담아낸 영화가 나왔다.
다큐멘터리 '오래된 인력거'.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총 12년이 걸렸다.
촬영기간만 10년, 편집기간 2년.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인도영화가 아니다. 우리나라 영화감독 이성규씨가 제작 연출했다.
이성규감독은 “‘오래된 인력거’는 인생에 관한 영화이자, 이제는 병들고 지쳐버린 우리의 아버지 이야기"라고 밝혔다.
영화 '오래된 인력거' 주인공 '살림'은 맨발로 인력거를 끈다.
신발을 신으면 미끄러워 빨리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인력거가 마찬가지다. 한푼이라도 더, 빨리 더 벌기 위해 맨발로 달린다.
딱딱하게 굳은 살림의 발바닥은 가족들의 빵이다. 그의 생사가 달린 원동력이다.
돈을 벌려고 고향을 등진 인력거꾼 살림은 삼륜차를 사겠다는 일념 하나로 하루하루를 견딘다. 15년을 그렇게 내달려온 살림은 앞으로 5년만 모으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고향에 있는 아내가 병에 걸려 치료비가 나가기 시작하면서 그의 꿈은 조금씩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힘든 삶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며 운명에 순응한 살림은 인력거에서 행복과 슬픔을 함께 본다.
살림의 얼굴이 인생이다. 깊은 주름이 푹 패이고 슬퍼보여도 짭짤한 수입을 올렸을때 순간 펴지는 주름은 보는이의 마음마저 펴지게 한다.
'까비 쿠쉬 까비 검 예또 진드기 해' (가끔은 행복하고 가끔은 슬픈 것, 그게 바로 인생이잖아요.).”
영화속 살림의 말처럼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모든 인생은 '까비 쿠쉬 까비 검 예또 진드기 해'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고통의 연속, 기쁨과 슬픔은 하나다. 어떻게 견뎌내는가가 중요하다.
이 영화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열린 그리스 테살로니키 다큐멘터리 영화제, 캐나다 핫독스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고 지난해 세계 3대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손꼽히는 암스테르담다큐멘터리영화제(IDFA) 장편부문에 국내 다큐멘터리로는 처음으로 진출했다.
소설가 이외수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인력거꾼들의 인생에 감동한 이외수는 “살림의 모습에서 예전의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난, 시련, 고난 등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다. 주인공 살림이 꿋꿋하게 삶을 견뎌내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상영시간은 85분. 12월15일 개봉.(홍대 상상마당 / 광화문 미로스페이스 /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 / 부산 국도앤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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