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이후 당내 활동을 중단한 나경원 최고위원을 제외한 사실상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의사를 밝히며‘홍준표 체제’가 붕괴됐다.
이들의 사퇴를 거부한 홍준표 대표는 향후 당 쇄신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한나라당은 사실상 당 해체와 재창당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나라당의 향후 시나리오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꼬리를 물고 있다.
◆ 홍준표 사퇴거부…한나라 폭풍 속으로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은 7일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히며 현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유 최고위원은 사퇴 기자회견 후 사퇴 배경을 묻는 질문에 “중앙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에서 당의 연루가 밝혀진 바는 없으나 그 사건에 대해 당이 무기력하게 대처한 데 책임 많이 느껴 사퇴 결심을 굳혔다”며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커진 여권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현 지도부 체제에 대한 불만이 사퇴 결심의 이유임을 시사했다.
원 최고위원은 “지역주의, 색깔론, 출세주의, 부자정당에 국민과 젊은이, 베이비붐 세대의 삶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치는 생명을 다했다”며 당 해체를 주장했고, 남 최고위원은 “일단 지도부가 물러나야 힘의 공백이 생기고 새로운 질서가 생길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며 현 지도부에 대한 교체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퇴 배경이 현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사퇴를 거부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나타낸 홍 대표가 이번 사태를 돌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한나라 향후 재창당 시나리오…박근혜 전면 나서나
우선 당 해체 과정에서 첫 번 째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비대위 체제로 이어진 이후 재창당 과정을 밟는 것이다.
홍 대표가 자신이 “재창당 계획이 있다”며 끝까지 대표직을 유지해 쇄신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사실상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당적을 이탈한 상황에서 여론을 압박을 견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책 쇄신’을 강조하며 사실상 배후에서 당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당의 쇄신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친박(친박근혜)계도 이제 여러 측면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만큼 궁지에 몰렸다”며 “박 전 대표가 스스로 결단을 내릴 시기가 왔으며 친박 내부에서도 그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전 대표가 전면으로 나설 경우 비(非)친박계나 반박(反朴)계로 분류되는 여권 내 인사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박 전 대표의 결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총선 대비, 한나라-MB관계 정리도 이뤄지나
이와 함께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 정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747공약 폐기를 주장했던 쇄신파들이 주축이 돼 이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를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등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임기 말에 탈당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며 “이번에 한나라당이 재창당 과정을 겪으면서 이 대통령의 당적에 대한 정리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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