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
루크 도널드. |
그 대회에서 웨스트우드가 15언더파로 우승했고, 김경태는 8언더파로 5위, 도널드는 5언더파로 7위를 각각 차지했다. 최종일 스코어는 김경태가 2언더파 70타, 도널드는 이븐파 72타를 쳤다.
아시안투어 타일랜드골프챔피언십(15∼18일)을 앞두고 한국에 머무르고 있던 김경태에게 도널드에 대한 인상을 묻자 “장타자는 아니었지만, 아이언샷과 퍼트로 만회하면서 골프의 또다른 면을 보여주었다”고 들려줬다.
도널드가 올시즌 유러피언투어에서 기록한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82.8야드(약 259m)다. 260m가 채 안된다. 김경태가 올해 일본골프투어(JGTO)에서 기록한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79.6야드(약 256m). 두 선수의 체격은 도널드가 175㎝에 73㎏, 김경태가 177㎝에 74㎏이다. 거리나 체격이 엇비슷하다. 김경태가 첫 말에 “거리가 안 나던데요”라고 할 만도 하다. 미국PGA 투어프로 가운데 김경태보다 ‘단타자’들이 10여명 있다. 데이비드 톰스, 잭 존슨, 브라이언 게이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올해 성적에서 보듯 도널드는 거리에 관한한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350야드를 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350야드를 날리지 않고도 버디를 할 수 있는 길은 많다. 골프에는 ‘장타력’ 말고도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고 주장한다. 유러피언투어 최장타자로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한 알바로 키로스(스페인·평균거리 312.7야드)와 도널드의 거리차이는 30야드다. 어프로치샷으로 따지면 세 클럽 차이가 난다.
도널드는 드라이버샷이 짧게 나가는데도 불구하고 그린적중률은 유럽투어에서 77.5%로 이 부문 1위, 미국투어에서는 67.3%로 이 부문 41위에 올랐다. 그린 주변에서 하는 쇼트게임과 퍼트, 벙커샷은 ‘과연 세계 톱랭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뛰어나다.
김경태는 “네드뱅크골프챌린지 최종일 도널드는 벙커샷을 한 번인가 했다. 그래서 그의 벙커샷 솜씨를 자세히 감상할 기회는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도널드는 지난해 벙커에서 18회 연속 샌드 세이브를 한 기록이 있다”고 했더니 “힘을 들이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치는 품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도널드는 올해 대서양 양안에서 벌어들인 놀랄만한 상금(약 128억7000만원)만큼이나 골프의 또다른 면을 보여주는 선수다. 김경태 최경주를 비롯한 한국선수들이 세계랭킹 1위에 오르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도 기록으로써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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