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2009년 1월 내정된 뒤 1년 9개월이라는 기간에 속전속결로 후계수업을 마치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후계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동안 실적은 '수습' 수준이었다.
어린시절부터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해, 김정은 체제를 떠받들 정치적 인맥도 매우 부실한 덕에 북한 내부의 권력 암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당과 전민에 통치력을 갖고 있는 노동당은 고모부인 장성택 행정부장이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룡해, 김영일, 김양건 비서 등 장 부장의 측근들로 가득차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장성택이 부인이자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와 사실상 별거 중인 점을 들며 김정은을 배반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 정책센터 소장은 “지도부 내 다른 분파들이 권력을 놓고 투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체제 불안정성을 낳을 수 있다”며 “후계 지도체제가 김정일 체제가 실패했다는 평가를 하고 개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김정일 위원장 와병 이후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한 군부 역시 김정은이 믿을 수 있는 세력은 아니기 때문에 극복 과제다.
김정은 후계체제 이후 고속승진을 거듭하며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돼 군부 실세로 급부상한 리영호 총참모장도 사실상 장 부장의 사람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군 무력을 장악하고 있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군 정치 책임자인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 실세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 중에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에만 열을 올렸다는 후문이 돌고 있다.
권력층은 김 위원장을 대신해 국정 권력을 쥐고있는 김정은과 장 부장 사이에서 눈치보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김정은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핵심세력은 국가안전보위부로, 우동측 1부부장과 김창섭 정치국장이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직후부터 ‘김정은에 충성’을 외치며 앞장섰다.
김창섭이 정치국장으로는 전례 없이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자리에 오른 것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보위부의 위상이 어떠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류경 보위부 부부장이 장성택 부장에 의해 처형된 이후 보위부 간부 등은 김정은 부위원장에게 충성을 다하지 못한 채 더욱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이 누구하나 기댈 곳 없는 김정은 입장에서 결국 당분간은 장 부장과 군부에 의지해 권력을 안정화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정경험이 풍부하고 주요 직책에 자신의 측근들이 널려있는 노회한 정치인 장 부장과의 협력에 김정은 체제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보고있다.
부시 소장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김 씨 일가의 집단지도체제로서 실질적인 섭정체제”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북한 지도부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장성택이 부상했지만, 최근에 만나본 그는 더이상 그런 위치를 점하지 않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대북 전문가들은 장 부장과 북한 군부가 갑작스런 지도자의 공백으로 체제 안정을 위해 김정은과 당분간 협력해 ‘선군정치’ 계승을 외치며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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