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김정일 사망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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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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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상원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우리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 재정위기를 해쳐 나가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당장 김 위원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19일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환율은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은 요동을 쳤다. 20일 다행히 주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미래예측이 쉽지 않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당분간 북한 리스크라는 지정학적 위험요소는 우리 경제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각계 경제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의 사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망해봤다.<편집자주>
 
 
 참여전문가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도 가능하다
 
-안순권 연구위원 = 최근 유럽 재정위기 등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일이 사망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분명히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상황변화에 따라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강경으로 나올 수도 있고,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약해서 유화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어느 쪽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북 지도부 중에서도 장성택이나 김경희 같은 사람들이 득세하면 좀 유화적으로 나올 수 있다. 특히 장성택씨는 경제통이기 때문에 북한의 여러가지 민생을 중심으로 생각할 테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우리와의 관계 개선에 들어갈 것이다. 장성택이 후견인이 되면 남북교류는 확대될 수 있다.
 
반면 군부가 득세한다면 오히려 남북간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 그러나 1994년 김일성 사망 때에 비춰보면 북한이 3년정도 내부 안정단계에 들어갔고, 그런 면에서 도발의 가능성은 의외로 적을 수 있다. 북한이 가장 최고수준의 나쁜 체제를 가져갔기 때문에 결국은 지금보다는 나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국도 그렇고 공산체제는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면 체제변화가 이어진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허인 팀장 = 2000년대에 들어서 대북리스크는 크지 않았다. 연평도 때에도 주가가 다음날 회복이 됐다. 지금은 그것과 비교하기도 무리가 있다. 직접적 공격이 아니라 정치상황이 불안한 것이다. 만약 여기서 도발이 발생한다면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적다. 북한이 지금 괜히 도발해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
 
그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북의 붕괴다. 평화적인 붕괴라도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는 서서히 하락(slow down)하게 될 것이다. 독일은 통독 이후에 2% 성장도 벅찼다. 문제는 우리가 아직 붕괴 이후에 대한 대비가 없다. 통일세를 걷겠다고 했지만 가시화된 게 없다.
 
단기적으로 희망적인 사실은 북한 정치체계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안정되고, 조금씩 개방되면서 되려 바깥에 자신들을 노출시키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변화가 있으면 우리에게는 이득이다. 그러나 이번 리스크는 단기간에 정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연평도 사태 때에는 계속해서 도발이 이어지지 않으면 정리가 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번은 정리가 될 수 없다. 며칠 도발하지 않았다고 해서 정리된 것이 아니다. 정기적으로 쳐다봐야 하는 이벤트가 터진 것이다.
 
-오석태 이코노미스트 = 향후 2~3년간 북한 정권의 승계과정에서 정변이나 시위, 제한적인 대남공격 등 돌발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과의 관계에서 잠재적인 지정학적 위험의 증가로 연결되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앞으로 2~3년간 돌발악재가 없다면 실물경제에도 결국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돌발악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 국가신용등급 하락가능성 '낮다'
 
-안순권 연구위원 =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피치(Fitch)나 무디스보다 스더드앤드푸어스(S&P)가 특히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기준을 높게 잡고 있다. 피치가 올해 우리나라 신용전망을 상향조정했고, 내년 봄에 한단계 올릴 타이밍이었는데 이런 일이 터졌다. 피치가 올리면 대게 다른평가사들도 올리는데 이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피치도 신중해질 것이다. 상황을 봐가며 장고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정변이 발생하거나 도발을 한다든지 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신용등급의 강등은 없을 것이다. 현재 등급이 유지될 것이다. 우리로서는 등급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늦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김성봉 팀장 = 이번 사건으로 신용등급에 당장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의 반응을 감안하면 신용등급에의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석태 이코노미스트 = '잠재적’ 지정학적 위험증가만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가지 돌발악재가 현실화 될 때 비로소 신용등급의 조정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 금융시장 당분간 ‘일희일비’할 것
 
-허인 팀장 =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기관들을 중심으로 내일이라도 올라올 수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외국인 투자심리가 약해져 기관들이 받쳐주는 상황이다.
 
시기적으로 최근 재정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약해져 있을 때 사건이 터졌다. 예전 대북리스크에 비해 북한의 정치체제가 불안한 점과 지금 국제시장이 이미 위험해져 있다는 두 가지의 측면이 함께 작용해서 생각보다 영향이 더 오래갈 가능성도 있다.
 
-안순권 연구위원 = 김정일 사망발표 직후 시장이 흔들린 것은 사실 김일성 사망 때보다 훨씬 많이 흔들린 것이다. 김일성 사망 당시에는 김정일 후계가 공고히 갖춰진 상태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김정은은 이제 29세다. 권력최고지도자가 된지도 1년밖에 안됐다. 결국 장성택이나 김경희 등이 섭정할 가능성이 있는데 군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따라 시장변동성이 커진다.
 
그런 면에서 북한의 군부동향에 따라 우리 시장의 변동성은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마치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됐다 회복됐다를 반복한 것처럼 북한의 정세에 따라 ‘일희일비’할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의 움직임과 함께 중국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하는 것도 변동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오석태 이코노미스트 = 초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은 안정을 곧 찾을 것이다. 물론 내년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이지만, 북한 관련 돌발악재가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일단은 유럽위기가 내년 상반기 중 안정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 기준 ‘전강 후약'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봉 팀장 = 환율은 발표 직후 급등하다가 점차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으며,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는 북한의 권력구도 변화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V’자보다는 ‘L’자형 횡보흐름 관점에서 조심스럽게 시장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사태 추이를 관망하면서 원화 약세 및 외부환경 악화를 극복할 수 있는 대형수출주와 베타가 낮은 경기방어주가 단기적인 대안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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