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미술관, 리얼리즘 사진거장 '구직' 임응식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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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2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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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생 100주년 기념전..21일부터 내년 2월까지

사진작가 고 임응식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덕수궁미술관에서 21일부터 열린다./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기자)“종군기자로 전장으로 떠나기 전날 가족을 모아놓고 ‘내일 아침에 간다’는 말만 남겼던 강직하고 매정한 분이었다. 생전에 명동의 50년을 담은 사진전을 열려다 돌아가셨는데 이번 기회에 전시하게 됐다."

사진작가 임범택은 아버지 임응식을 원리원칙주의자로 기억했다. 그는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로 꼽히는 고(故) 임응식(1912-2001)을 아버지이자 사진 스승이라고 꼽았다. 

 고희를 훌쩍 넘은 아들 임범택은 20일 국립현대미술관이 연 '임응식-기록의 예술, 예술의 기록'전 기자간담회에서 아버지 사진을 "신주단지 모시 듯 간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버지의 사진중 가장 와닿은 작품은 '구직'이라며 볼때마다 가슴이 찡하다고 했다. 

임응식.구직
고 임응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임응식-기록의 예술, 예술의 기록’전이 오는 2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다.

고인은  서울 명동 미도파백화점앞에서 실직자를 찍은 '구직' 사진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작업을 시작한 초기인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우리 근·현대사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사진 200여 점을 볼 수 있다.

초기 예술사진과 종군기자로 활동할 당시의 사진, 그 이후의 생활주의 사진, 1960년대 중반 건축잡지 ‘공간’의 주간으로 재직하면서 촬영한 전통 건축 사진과 예술가들의 초상을 담은 인물사진 등이 전시된다.

무엇보다 임응식은 1950년 서울 수복 이후부터 사망하던 해인 2001년까지 50여 년간 명동 거리를 사진에 담았는데 일부는 이번에 유족이 보관하던 필름을 인화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또 함께 활동했던 동료와 제자들이 촬영한 그의 초상 사진, 카메라들과 확대기, 스크랩북 등 다양한 유품도 함께 전시돼 작가의 삶과 작품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경민 사진아카이브연구소와 공동 기획한 전시다.


◆ 임응식 리얼리즘 ‘생활주의 사진’ 정착

덕수궁미술관에 전시된 고 임응식의 조각상.
"폭격으로 부서진 서울은 그야말로 유령의 도시였다. 그 속에서 시신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너무 끔찍하고 소름이 끼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고사하고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서울에 입성한 후 사흘간은 사진을 한장도 찍을 수 없었다. 아름다운 대상만을 아름답게 찍어대던 나의 카메라 버릇을 사흘동안 극복하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이이었다. 그러나 나는 점점 예술사진가에서 기록사진가를 변해갔다. 역사의 현장을 기록해서 남기는 중차대한 임무가 주여졌다는 지각을 비로서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임응식 회고록 중)

1934년 일본 도시마 체신학교를 졸업한 임응식은 이듬해에 강릉 우편국직원으로 취직하여 3년간 강원도에 거주했다. 이때 강릉사우회라는 사진가 단체를 이끌었고 해방이후에는 부산에서 주로 미군을 상대로 하는 사진현상소를 차려 운영했다. 이 사업은 크게 번창하여 그가 사진운동을 하는 밑거름이 됐다.

1950년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당시 유행하던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사진 작업을 선보였다.

그러다 친분이 있던 부산 미국문화원 원장 유진 크네즈의 제안으로 종군사진가로 발탁돼 미국 ‘라이프’지 사진기자와 함께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됐고 이후 그의 작품세계에 변화가 찾아왔다.

 종군기자로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전장을 누비면서 사진의 사실적 기록성에 눈을 떴다.

이후 한국 사단에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사회현실과 인간의 생활을 꾸밈없이 표현하는 리얼리즘 계열의 ‘생활주의 사진’을 정착시켰다.

그가 주장한 생활주의 사진은 사회현실과 인간의 생활을 꾸미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젊은 작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1950-60년대 한국사단에서 주류로 자리잡았다. 

임응식은 1952년 한국사진가협회라는 최초의 전국사진인단체를 창립했다. 창립기념전에 출품된 회원들의 작품 50여점을 전부 제 1회 도쿄국제사진살롱에 출품해 화제였다. 특히 이 가운데 유일하게 임응식의 '병아리'가 입상했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작품으로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라이카 카메로 스승의 사진을 다시 찍는 사진작가 홍순태.

 한편, 고인의 제자인 홍순태 신구대 사진과 명예교수는 "임응식 스승님은 사진에 살고 사진에 죽는 '사생사사'였다"고 회고했다.

 서울대 사진과에 재학중 임응식을 만난 그는 임응식의 사진작업과 정신에 매료돼 사진작가의 길을 택했다고 했다.

고령의 제자는 "말씀이 많지 않았지만 침묵가운데 교육적이었다"며 "은사님의 정신을 이어받아야한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임응식 스승님이 한때 생활주의 리얼리즘에 집책해 사진 발전이 없다는 평도 들었지만 당시 가까이 모시면서 본 스승은 옛것에 집착해서 그속에만 있었던게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홍 명예교수는 "스승님이 왜 그토록 명동을 찍었을까 생각해보니 명동 거리의 사람들과 길거리 모습 모두 점진적으로 발전해가는 한국의 얼굴이며, 고인은 그것을 찍으면서 한국의 미래상과 발전상을 엿봤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이날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불편한 걸음에도 라이카 카메라를 가슴에 메고 스승의 사진전을 한컷한컷 담았다. 

 전시는 내년 2월12일까지. 성인 5천원. 02-2188-6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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