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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국내 경제 대전망> '흑룡해 기대감 훈풍속'…'전화위복'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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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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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일,동북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축 필요

2012년 임진년(壬辰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 '한국경제호(號)'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유난히도 큰 사건이 많았던 지난해의 거친파고를 헤쳐넘어 올해 명실상부한 선진원년으로 도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첫 단초는 역시 경제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60년만에 한번꼴로 찾아온다는 상서로움의 상징인 '흑룡'의 해는 이런 기대감에 훈풍을 넣고 있다. 본지는 지난해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등이 내놓은 각 부문별 경제지표를 명확히 진단해 보고, 이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전망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전화위복(轉禍爲福)'이냐 '첩첩산중(疊疊山中)'이냐.

지난해 12월 19일 정오 갑작스레 전해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은 한국경제가 숙명적으로 안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일대 사건이었다. 사망 소식 당일 국내 외환·주식 등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경제전문가들조차 한국경제가 어디로 갈 지 예단하기를 겁낼 정도였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는 상관없이 늘 우리의 멍에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꼬리표를 뼈저리게 절감해야 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사건 이틀째부터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갔다. 국난에 닥쳐서는 정부와 재계, 가계 등 제 경제주체가 혼연일체로 '위기극복의 DNA'를 발휘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건 나흘째인 지난달 23일 급기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와 스탠다드앤푸어즈(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안정적(A1)'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는 국제사회로부터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남북문제보다도 오히려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한 다리 건너니 또 한다리가 나오는 첩첩산중의 상황인 셈이다. 이같은 복합적 위기상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면 내부 단속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계부채·물가안정·환율관리·유가 등 원자재난·외국인 투자유치' 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 성장·CPI 3% '딜레마'에 빠진 정책당국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올해 경제성장률(GDP)을 3.7%로 예상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엇비슷한 수준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LG경제연구원은 3.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예상치인 3.8%보다 0.4%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GDP 증가율은 지난해(3.8%)에 이어 2년연속 4%선을 밑돌아 잠재성장률 자체가 꺾인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올 법 하다.

반면 지난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정부 4.0% 전망)은 실질GDP를 크게 웃돌게 확실하다. CPI가 성장률보다 높았던 때는 지난 IMF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과 '닷컴 버블'이 꺼진 2001년, 카드사태가 터진 2003년 딱 세차례 뿐이었다. 이명박 정부 4년 가운데 3년 동안 물가와 성장의 ‘역전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정부 기대대로 성장률과 CPI가 목표를 달성하면 올해에는 이같은 '역전 현상'이 정상화되겠지만, 곳곳에 지뢰가 산적해 안심할 수 없는 지경이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어디로 튈지 예단하기 어려운 국면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성장동력인 수출을 냉각시켜 경제성장에 직격탄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지난 10월 산업연구원(KIET)는 ‘선진국 경기불안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우리 수출에서 선진권 시장 비중은 30% 내외"라면서도 "선진권이 재침체에 빠지거나 신흥권으로 영향이 파급되는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그나마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유럽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출경쟁력이 높아졌고, 기존 신흥국과 중남미·아프리카 등 미개척지로 시장을 파고드는 게 위안이지만, 완전개방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외환시장이 문제다.

외환시장 규모를 키우는 장기과제로 남겨두더라도 '3단계 자본유입 규제'로 차갑게 식어버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을 되돌릴 방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환율방어라는 민감한 문제가 얽혀있어서다.

선진국 진입 여부를 놓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수준을 3% 이내로 묶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는 마당에 세계 5위 수준의 외환보유고는 더 이상 자랑꺼리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2012년 한국경제의 당면과제’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경제불안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 한국경제는 저성장 체제에 대비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상이나 원화가치 절상 등 거시변수를 활용한 물가안정책은 소비부진, 투자위축, 수출 가격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가계부채·원자재난 '첩첩산중'

정책당국이 말그대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무역상황이 어려워 내년 경제를 떠 받치려면 내수촉진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정부 역시 내수활성화를 위해 전문자격사 시장의 장벽을 깨겠다는 입장이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임기 마지막해로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될 뿐만 아니라 MB정부의 경제정책 실정으로 시장이 미시적 정책수단에 반응할 지도 미지수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 하지만, 과다한 유동성으로 CPI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25개월째(지난해 11월 기준)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는 실질금리(기준금리-CPI상승률)는 불황속에서 물가까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의 전이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특히 비은행 가계대출이 올해 1~9월 6.9% 증가하고 5개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이 1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에 정부가 고강도 대응책을 마련할 것임을 예고했지만 지난해 저축은행의 무더기 영업정지로 오히려 서민들이 큰 고통을 받았었던 것을 감안하면 섣부른 대책은 오히려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는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저금리 탓에 가계의 이자 부담이 줄면 오히려 대출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원자재도 언제 또 요동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원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에너지·자주개발률 20% 확보라는 목표만을 앞세우다 자칫 경쟁국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

◆ FTA·재정건전성·남북관계 개선…'전화위복'의 관건

어려울 때 일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올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풍전등화의 형국이다.
더욱이 올해에는 굵직굵직한 정치행사가 잇따라 계속돼 편가르기식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풀 꺾이긴 했지만 남북관계의 불안양상도 여전하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팀장은 "정치체계가 흔들린다는 뉴스가 나오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남북관계는 특히 그렇다"며 "내년에는 굵직굵직한 정치일정이 많아 정부가 국민을 안정시키는 데 최우선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 팀장은 “경제부문 간 소득격차 확대로 양극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 불만과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기업, 국민 등 모든 경제주체가 역량을 결집하고 배려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다각적으로 체결한 FTA 피로감을 줄이고, 활용도를 키우는 데 정부와 중소·중견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한·EU(유럽연합) FTA에 올해 한미FTA 발효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경제영토를 확보한 한국이 보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FTA 발효는 연내 고조될 한·중, 한·일 FTA 본격협상에 지렛대로 삼아 동북아시아 경제공동체 발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재 KIEP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의 경제통합이 경제협력 증진을 통해 또 다른 전쟁을 막으려 했듯이 한·중·중 FTA는 경제 외적인 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저출산·고령화, 지자체 및 공기업의 재정부실화, 통일비용 조성 등으로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요인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올해 총선과 대선 등 잇따른 정치행사로 지자체별로 선심성 예산이 빗발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은 "언제까지나 재정적자로 정부지출을 지탱할 수 없다"며 "민간부문이든 정부 부문이든 남의 돈에 의존하는 버릇을 버려야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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